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지난 18일은 유성기업에서 차량돌진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어떤 이유로도 다른 이들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신체적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기업의 불법적인 행위마저 ‘경영권’이나 ‘시설관리권’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되는 곳이 우리 사회다. 노동자들에 대한 신체적인 폭력마저도 쉽게 묵인된다. 이러한 폭력은 노동자들을 위축시켜 노조를 무력화하거나 혹은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는 월차를 쓰려는 하청노동자를 관리자가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관리자는 노동자를 넘어뜨리고 그 노동자가 실려 간 병원에 찾아가 칼로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연·월차를 못 쓰도록 관리하다 보니 사업장 안에서는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GM대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회사 안에서 선전전을 할 때도 원청관리자들이 몰려들어 집단구타를 했다. 한 노동자는 안구가 파열됐다. 2010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과정에서도 정규직 관리자들이 몰려와 노동자들을 집단구타하며 끌어냈고 다수가 팔과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폭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용역경비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폭력의 책임을 면하고 더 거센 폭력으로 노조의 활동을 위협하고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재능교육에서는 용역경비들이 농성 중인 여성조합원들에게 끝없이 성희롱 발언을 하고, KEC에서는 2010년 직장폐쇄를 위해 용역경비들을 투입했는데, 그들은 여성기숙사에 난입하고 성희롱을 저질렀다.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후 공터를 순찰하던 조합원들을 향해 라이트를 끈 채로 대포차량을 돌진시켜 13명이 중경상을 입게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폭력이 점차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역경비업체들은 기업과 계약을 맺기 위해 자신들의 치적을 내세우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KEC와 발레오만도에 투입된 SGTS나 국민체육진흥공단·유성기업에 투입된 CJ시큐리티 등이 대표적이다. 유성기업·경상병원 투쟁 과정에서 ‘강간·성폭행 등을 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음주를 가장한 방화 등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CJ시큐리티의 문건이 발견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극단적 폭력으로 노조를 무력화한다. 기업들은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런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비용절감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용역경비업체와 기업과의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에 대해 법원은 매우 관대하다. GM대우 사내하청에 대한 폭력과 관련해 법원은 기업의 시설관리권을 인정함으로써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경찰은 13명이나 중경상을 입힌 유성기업의 차량테러를 뺑소니(특별범죄가중처벌)로 기소했다. 우발적인 사고이며, 용역경비를 고용한 회사측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용역폭력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하청 노동자들이 그 기업의 공간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그리고 시설관리권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을 기업의 독점적 공간으로 인정하는 행위들이 이런 용역폭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런 폭력으로 고통 받은 이들이 한결같이 증언하는 것은 경찰들의 무책임한 태도 혹은 용역과의 공조다. 경찰은 용역들의 폭력을 보지 않은 것처럼 하거나, 혹은 노동자들이 신고를 해도 나와 보지도 않는다. 나와서 보더라도 폭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유성기업이나 쌍용자동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찰과 용역이 합동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 폭력의 행사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이에 대한 저항은 ‘공무집행 방해’가 된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경찰을 불신하고 그런 폭력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어떤 이유로도 기업의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신체에 위협을 가해 순응하게 하고 노조를 무력하게 만드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사업장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기업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곳도 아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시설관리권’이나 ‘경영권’의 이름으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용역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은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고 그것을 사주한 원청사업주는 더 강하게 처벌돼야 한다. 기업친화적인 법제, 공공연하게 기업의 편을 드는 공권력의 행사 앞에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절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폭력을 자신의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용역경비업체들과 기업들에게 더 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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