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이 이슈인데, 이 역시 근로시간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부모(가족교육)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맞벌이에 장시간 근로를 하니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죠. 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자살하는 것도 문제지만 때리는 아이들 역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최근 고용노동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노동시간단축 문제를 설명하면서 학교폭력을 예로 들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적다는 것도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는 "근로시간이 줄고 가족 간 대화할 시간만 늘어도 학교 문제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동부만이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노동시간과 학교폭력 문제를 연관 짓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학교폭력이 워낙 이슈로 떠올랐고, 노동시간단축은 노동계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설명은 타당할까.

노동시간(단축)과 아이 교육 혹은 청소년의 비행행동과 관련한 실증연구는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국·유럽 등에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스웨덴 경제학자인 다니엘 홀버그와 앤더스 크레이마켄은 지난 2003년 '아이를 위한 시간 : 부모의 시간 배분' 논문에서 “아버지의 노동시간을 줄이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프랭크 찰룹카 박사와 리사 파월 박사는 2004년 '학부모, 공공 정책 그리고 청소년 흡연' 논문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자주 의사소통을 하는 학생의 경우 흡연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낮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 밖에도 방과 후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마약과 같은 약물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1989년·리차드슨 J 외)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주 40시간제 도입 이후 노동시간단축과 청소년의 비행행동에 관한 연구가 일부 민간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시간단축이 아이의 인성교육 혹은 비행방지에 보탬이 된다는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노동시간단축이 공장(직장)을 넘어 또 다른 분야에서 이슈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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