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미 기자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노동운동의 과오입니다. 저를 포함한 당대 노동운동 진영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문제입니다. 원초적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정부와 국회가 풀어야 합니다."

민주통합당이 최근 쌍용자동차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특위 위원장은 이석행(54·사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맡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청회와 진상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무보수로 송영길 인천시장 노동특별보좌관을 맡고 있고, 난방장치·전기공사 제조업체인 우경일렉텍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 민주통합당이 쌍용차특위를 구성한 배경은 무엇인가.

"문성근 전 대표 직무대행이 직무대행을 하는 기간에 평택 쌍용차를 방문한 적 있다. 문 전 대표가 당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최고위원회 논의를 통해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직접 비대위원장을 제안했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직책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옆에서 서브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원하는 대로 대책위를 꾸려 주겠다고 했다. 사실 민주노총이 이의를 제기해서 특위 고문이나 위원 정도만 하려고 했다. 공동대표제도 거론이 됐다. 그러니까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공동대표제로 가는 순간 이석행 위원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예우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 쌍용차 문제를 풀어 가기 위해서는 당사자들과 협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못 갔다. 이달 14일에 대책위 첫 회의를 했다. 간사는 16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대책위 회의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주체들이 책임 있게 복무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한다."

- 대책위에서 쌍용차 매각 과정부터 최근 잇따른 노동자들의 사망사건까지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국회가 개원하면 사회 공론화를 위해 공청회를 열 것이다. 민주통합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부르고 교수·노사 당사자를 불러 공론화하겠다. 조만간 노사를 방문할 것이다. 그런 다음 국무총리와 경기·서울·인천 지자체장을 면담한다. 청문회도 실시할 것이다. 청문회를 해야 진상조사가 제대로 된다. 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지자체장들을 면담하도록 총괄적으로 지휘할 것이다. 대책위 위원 전체가 만나러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역할을 나눌 생각이다."

쌍용차특위에는 김재윤·김상희 의원과 우원식·김경협·이원욱·전순옥·은수미·한정애·장하나·최민희 당선자, 고연호 은평을지역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이목희 당선자가 고문, 이학영 당선자가 간사를 맡았다. 이 위원장은 "이학영 당선자는 직접 간사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이 문제만큼은 풀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의원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 진상조사의 최종 목적은 국가배상인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쌍용차 매각을 지켜봤다. 민주노총은 상하이차로의 매각은 기술력 유출만 있을 뿐이며 평택이 쌍용차 판매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런데 정부의 입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쌍용차의 미래보다는 공적자금 회수에 매몰돼 있었고, 국가는 상하이차를 선택했다. 그러니 국가가 배상해야 할 문제다."

-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인데 민주통합당도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가.

"2009년 감옥에 있을 때도 옥중서신을 통해 힘이 없는 법정관리인을 상대로 싸우지 말고 정부와 싸워야 할 문제라고 호소했다. 참여정부와 민주통합당에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권력은 이양됐고, 이명박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진두지휘해서 본보기로 정리해고를 했고 경찰력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를 통해 쌍용차 노동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특위 위원들에게는 그런 입장을 밝혔다.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문제이므로 원초적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풀어 가야 한다고 했다."

- 이 위원장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휴직자는 조건 없이 복직시켜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적자를 주장한다. 휴직자들이 복직했을 때 회사가 안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다. 그래서 순환 무급휴직을 구상해 봤다. 현재 무급휴직자들이 모두 공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예를 들어 쌍용차 전체 노동자를 5개조로 나눴을 때 4개조는 일하고 1개 조씩 돌아가면서 휴직을 하자는 것이다. 휴직을 해도 급여 총액은 보장해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해 고용보험으로 휴업급여의 70%를 보전해 주고, 30%는 회사와 노동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복귀하면 된다.

정리해고 문제는 미국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 시절인 2000년 대우자동차가 GM에 매각될 당시 미국 원정투쟁을 갔다. GM노조와 미 중앙정부의 합의문을 봤다. GM이 해고한 노동자를 주정부와 중앙정부가 준공무원으로 고용한다는 내용이었다. 환경미화원을 포함해 육체적 노동을 하는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한 것이다. 임금은 GM 급여의 90%를 보장해 줬다. 주정부와 중앙정부가 50%, 회사에서 40%를 보전했다. GM이 공장라인을 늘리면 다시 회사로 복귀시키기로 했고, 실제 상당수 복귀했다. 쌍용차의 경우 서울과 경기도만으로는 흡수가 안 되니까 인천까지 넓히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자체장들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 민주노총 내부에서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노총이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민주통합당이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된다. 내가 1천500여명의 동지들과 함께 민주통합당에 합류한 것은 민주통합당에 노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심기 위해서였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 가면서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정치적 입지를 닦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 최근 법원이 정리해고 판단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도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독일이나 핀란드처럼 정리해고가 되더라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정도의 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한다고 해도 소용 없다. 회사가 망하게 생겨도 무급휴직을 포함해 자구책이 얼마든지 있다. 정리해고가 없어야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도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노동자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악용하고 있다."

- 22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숨졌다. 사회적으로 정리해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회적 치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무급휴직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외부 압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공장으로 복귀해도 회사와 회사 안에 있는 기득권 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신적·육체적으로 복귀 노동자들을 탄압할 것이다.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이지만, 들어간 이후 안착할 때까지 돌봐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평택에 공간을 마련해서 심리상담사를 배치하고, 퇴근시 들러서 하루 일과를 공유하도록 하자고 당에 요구했다. 가족들까지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 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감옥에 있으면서 나를 되돌아봤다. 정당의 역할이 무엇인가도 고민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이 민주노동당 민중경선제였다. 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80만명, 농민은 40만~50만명이다. 민주노총 내에만 2천500개가 넘는 노조가 있다.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노조 사무실에는 자연스럽게 현수막이 걸릴 것이고, 예비경선하는 과정만으로도 큰 선거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 대의원대회에서 3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결국 당내 정파들끼리 야합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감옥에서 나온 후 민주노총과 당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의 직장(우경일렉텍)에 취직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일색인 인천에서 야권단일화 바람을 일으키는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해서 송영길 시장을 도왔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국회의원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 안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국회에 들어가면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의 노동블록을 만들어서 새로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수권정당에 가서 노동을 크게 키워서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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