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요청한 가운데 서울본부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본부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기여한 주체이기도 하다. 선거 당시 서울본부는 서울시에 노정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노정협의기구를 노사민정협의회 산하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본부는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본부 강당에서 각 산별노조·연맹의 서울지역본부·지부들과 함께 '지자체 대응에 관한 서울지역 노동운동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계 요구 공식화하는 대화채널 될 것"

배기남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지자체 대응 및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개입에 대하여'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야권연대를 통해 지지했고, 노동정책에 대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서울시장이 운영하는 노사민정기구도 여전히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현재의 노사정 힘의 관계 구도에서 노동운동의 확대·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본부장은 "제한적이겠지만 개혁의지가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저임 비정규직 또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위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요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자체가 갖는 예산의 한계상 부분적이라 할지라도 복지확대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 노사민정협의기구가 노동3권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요구를 공식화하는 대화채널 기구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노사민정협의기구에 참여할 경우 우선 정리해야 할 지점으로 △포괄적 성격에서 협의기구 성격을 분명히 할 것 △일자리 창출 협의회에서 노사갈등의 근본인 자본주의적 기업 육성보다 기업민주주의가 보장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육성에 주안점을 둘 것 △노사협력협의회에서 노사협의회로 명칭을 바꿀 것 △구별 노정협의회 구성을 적극화해서 노동복지센터 사업을 지원하고 활성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여성연맹·서비스연맹 협의회 참여 '긍정적'

여성연맹은 서울시에 정례 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입찰 계약시마다 고용불안이 야기되면 노조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시를 방문해 교섭이 아닌 협상을 하고 집회·파업 투쟁을 통해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해 왔다"며 "절박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안별로 서울시·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를 만나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정례적인 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은 지난 9일 중앙위원회에서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연맹은 최종적으로 노사민정기구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병익 연맹 서울경기인천지역본부장은 "박원순 시장이 야권단일후보이면서 노동계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는 점, 후보 시절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정책협약을 체결한 점, 시장이 노동특보를 두는 등 노동문제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진정성이 확인됐다"며 "노사민정기구가 제대로 된 활동으로 정착되고 노동의제에 노동계 의사가 충실히 반영된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여성정책에서 '여성노동자 2시간 이상 서서 일하지 않기' 등 진보적인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연맹은 노사민정협의회는 물론 서울시 유관부서와도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사민정협의회 참여 우려 목소리도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 소장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참가 여부와 관련한 소견' 발제에서 "서울시에 비해 노조 쪽 자원이 취약하다"며 "의제선정과 관련한 논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끌려다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서울시의 민간기업에 대한 장악력은 중앙정부의 법적 제도적 수단을 통한 장악력에 현저히 못 미친다"며 "노사민정의 노동문제 개입은 공공부문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노사민정에서 논의되는 의제의 제한성과 경제위기,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경제 정세, 서울시의 재정과 공사들의 재무구조 악화를 고려했을 때 노사민정협의회 참가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정책실장은 "지자체와 노조의 대등한 협의틀인 노정협의기구를 요구한 바 있다"며 "이에 서울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단 협의회에 참가할 경우 이후 노정협의기구 설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노정협의기구 설치를 위한 지역 노동·사회운동의 역량을 모으고 실질적인 대응사업과 투쟁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연맹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와 노동복지센터 관련 입장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29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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