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제사업 분리에 일부 비용을 지원한 것을 이유로 농협중앙회에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 체결을 요구하던 농림수산식품부가 한발 물러섰다. 신경분리의 방식과 내용이 기존 여야의 합의사항인 만큼 차기 국회의 재논의가 있기 전까지 MOU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21일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와 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안 보고와 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이날 자리에는 노조도 참가의사를 밝혔지만 서 장관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전하며 “정부가 신경분리 지원방식을 변경하고 MOU를 체결하는 것은 기존의 국회 여야 합의사항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정부가 국회의 재논의 없이 이를 강행한다면 대국민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규용 장관은 “노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MOU 체결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앞으로도 300만 조합원과 농민을 위해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농협 신경분리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허권 위원장)는 서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허권 위원장은 “농식품부가 그동안 독불장군식으로 MOU를 밀어붙여 왔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노조와의 합의를 거론한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그동안 여러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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