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불에 탔던 방송국의 구성원들이 32년 만에 참회의 반성문을 썼다.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조 광주MBC지부와 KBS광주지부는 2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파업투쟁 언론사 공동투쟁 천막 앞에서 '80년 5월 불 탄 방송사 구성원들의 참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지부는 "32년전 이날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차별로 폭행하는 유혈진압이 정점으로 치달았지만 방송에서는 진실을 보고 들을 수 없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릎을 꿇고 진실을 알리지 못했던 저희의 잘못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던 80년 5월20일 오후 9시50분 당시 광주 MBC는 왜곡·축소 보도에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불탔다. KBS 광주 사옥은 그 다음날 새벽 4시에 불길에 휩싸였다. 당시 신문은 휴간에 들어가 시민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매체는 방송이 유일했다. 그러나 계엄군이 장악한 방송은 "18일과 19일 학생 등이 소요사태를 일으켜 경미한 피해가 있었고 176명의 연행자는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급박한 상황에도 가요나 쇼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을 보고 광주시민들은 격분했다. 두 지부는 "세월이 흘러 폭도들의 5·18 광주사태는 광주민중항쟁으로 명칭이 바뀌고 광주시민들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당시 왜곡보도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이제껏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이제 광주MBC와 KBS광주 구성원들은 32년만의 반성문을 쓰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파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오늘의 언론 현실에서 32년 전 광주시민들을 폭도로 몰고 간 당시 언론의 모습을 다시 본다"고 토로했다. 용산참사나 쌍용차 사태·한미FTA·제주해군기지·민간인 불법사찰 등 주요 사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권에 장악된 방송과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형국은 예나 지금이나 닮은 꼴"이라며 "정권에 부역하는 경영진과 공정방송을 막는 세력들에 맞서 승리의 깃발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32주년 기념 5월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 2천명,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과 같은당 오병윤 당선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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