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버스노조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서울 ㅇ운수에서 촉탁직 버스기사로 일하는 라명호(61)씨는 올해로 22년째 시내버스를 몰고 있다. 각종 세금과 보험료·노동조합비·통상 10만원을 웃도는 각종 과태료를 빼면 한 달 평균 21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이 돈으로 시집 간 딸을 뺀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다.

“서울시가 버스기사 월급이 350만원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돈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상여금에 퇴직금까지 쪼개 받으면 모를까…. 하루 10시간씩, 빡빡한 배차시간에 쫓기고 도로라도 막히면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합니다. 사고라도 나면 징계 받고 벌금 물고….”

17일 오후 서울역광장. 라씨와 같은 버스노동자 7천여명이 한데 모여 “생활임금 쟁취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쳤다. 자동차노련 소속 서울시버스노조(위원장 류근중) 조합원들이다. 전날 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밤샘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기본급 9.5%를 올려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서울지노위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3.5%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임금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가 내놓은 감차계획은 일자리의 축소를 의미한다. 서울시의 ‘차량감차 및 광역버스 이관방안’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서울 시내버스 전체 차량 7천400여대 중 200대가 줄어든다. 서울시는 1대 감차시 연간 4천87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형오 유성운수지부 지부장은 “서울시는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버스기사의 처우를 지하철 기관사만큼 올려준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버스까지 줄이겠다니 노동현장의 분노가 터져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서울시의 감차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일자리 5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불안 정서는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91.4%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류근중 위원장은 “지금까지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해 왔지만, 사용자와 서울시는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실질임금의 감소를 의미하는 인상안을 고수했다”며 “임금인상과 일자리 사수를 위해 강고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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