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협중앙회 신용·경제 분리사업에 일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경영개선이행 약정서(MOU) 체결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친기업 성향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체결의무가 없고 경영권 침해 소지가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정부 지원 관련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 체결 검토’ 문건에서 김앤장은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보조금을 교부하며 필요한 조건을 붙일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앤장은 “MOU 체결은 본건 지원을 전제로 붙여질 수 있는 행정행위의 부관(법률행위 효력 발생을 위해 부가되는 약관)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원행위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법률적 의무로 성립하거나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강제적으로 부과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앤장은 설사 MOU가 체결되더라도 세부조항으로 경영권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해석을 곁들였다. 보조금 지원목적과 상관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농협법 부칙 4조는 “경제부문에 필요한 자본을 우선 배분하기 위해”라고 보조금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농협중앙회에 제시한 MOU 내용에 대해서는 "이행상황을 보고하고 계획 불이행시 일정한 불이익을 준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은 "해당 조항들은 통상 부실 금융회사 등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지원대상 금융회사와 체결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자금의 성격이 다른데도 부실 금융기관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 경영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일치한다.

김앤장은 이어 “인력·조직 효율화 계획, 자회사 매각·통폐합 계획, 기업공개 등을 포함한 자체 자본 확충방안 마련을 포함하는 MOU 내용은 농협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한 농협법에 비춰 그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허권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은 “김앤장조차 이런 결과를 내놓은 것은 누가 봐도 MOU 체결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사측이 MOU 체결을 강행한다면 스스로 경영권을 팔아넘기는 행위로 규정하고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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