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교선팀장

5월18일은 서른여섯의 나이로 ‘정리해고’라는 사회적 살인의 스물두 번째 희생자가 된 쌍용차지부 조합원의 사십구재가 있는 날이다. 먹튀 외국자본의 부실경영으로 인해, 그리고 이에 공모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노조에 온전히 전가한 것이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본질이다.

이 와중에서 자본과 정치권은 쌍용차의 생산이 정상화되면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쌍용차의 생산·판매량이 정상화를 넘어 구조조정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늘고 급기야 올 5월 신규채용 공고마저 나왔음에도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쌍용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타살’에 공분이 모아지고 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쌍용차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잘 알려진 현대·기아·한국GM 외에 쌍용차에도 정규직과 함께 자동차를 만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2005년 1천700여명에 달했던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는 쌍용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에 앞서 해고되면서 2009년 파업 직전 3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해고’라는 법적 형식도 갖춰지지 않은 채 강제휴업·강제휴직·강제희망퇴직 등의 이름으로 소리 소문 없이 잘려 나갔다.

이런 가운데 2008년 10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쌍용차 비정규직지회를 결성했고, 2009년 5월 쌍용차 원·하청 노동자 3명이 함께 평택공장 굴뚝농성을 86일간 진행하기도 했다. 같은해 5월22일부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77일간 전면파업을 할 때도 사내하청지회는 끝까지 함께했다. 파업 당시 노조의 요구는 “정리해고 철회! 분사화 저지! 총고용 보장!”이었다.

2009년 당시 사측은 사내하청에 대한 우선적 구조조정, 정규직 2천40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 생산과 영업부문 317개 일자리에 대한 분사계획을 함께 추진했다. 특히 분사화 방침은 정규직이 일하던 일자리 자체가 사내하청·비정규직 일자리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분사화나 사내하청의 활용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고용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2009년 파업 당시 정규직·비정규직노조가 공동으로 “총고용 보장”을 내걸고 끝까지 함께 투쟁했던 것이다. 또한 파업 이후 비록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는 공장 밖으로 밀려났지만, 두 노조는 하나로 뭉쳐 지금까지도 함께 투쟁하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쌍용차는 늘어나는 생산량에 맞춰 약속대로 정리해고자·무급휴직자를 복직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를 늘리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노동강도를 증가시켜 왔다. 2009년 파업을 종료하면서 사내하청 조합원 19명도 2009년 10월1일자로 공장에 복귀시키기로 합의했건만, 현재까지도 사내하청 조합원은 한 명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도 쌍용차는 필요한 인원은 사내하청으로 계속 활용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54명이 신규로 고용됐다고 한다.

이렇게 필요한 최소인원을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충원하는 한편 노동시간·노동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3팀과 창원공장 엔진공장에서 하루 3시간씩 5일간 연장근로가 시행되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의 장시간 노동 실태가 드러난 바 있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필요노동력은 노동시간 증가와 사내하청 활용으로 충당하면서 쌍용차의 ‘산 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그리고 ‘죽은 자’들은 ‘사회적 타살’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의 부당한 정리해고·구조조정 문제에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은 “함께 살자”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는 경찰력을 동원해 잔인하게 짓밟으면서도 3년 가까이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묵인하고 있다. 노동부는 완성차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 장시간 노동 실태를 밝히고도 단 한 명도 신규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쌍용차의 개선계획을 승인해 준 바 있다. 이런 분위기니 최근 쌍용차가 뻔뻔하게 신규채용 공고를 자사 홈페이지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쌍용차의 위법·부당한 구조조정을 엄단하고 쌍용차 정규직·비정규직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