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다들 그렇겠지만 실망과 분노를 넘어 극도의 무관심이다. 야습도 아닌 것이 주말 밤 회의장을 폭력으로 점령하고 대표자들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바로 노동자 정당이라던 통합진보당의 모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당원을 자처하는 일부 무리배들과 이를 등에 업고 의원이길 원하는 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과연 자신들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앞으로 빚어질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지 물어보고 싶다. 제발 일말의 이성이 살아 있기를 기대한다. 아래 내용이 이성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무엇으로도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야당은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입법활동에 있어서는 충분한 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특히 각각 의원들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노동 분야 최고 전문가와 노동운동사의 상징적인 인물까지 곳곳에 포진하고 있기에 자신감을 가져도 충분하다고 자평하기까지 했다. 또한 복지정책을 위한 최우선 해결과제가 노동이라는 것에 모든 정치인들이 동의하는 여건도 무르익었지 않았던가.

이 같은 상황이라면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노동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양대 노총과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은 이미 통일된 안을 준비해 둔 터다.

그런데 어떤가. 지금의 모습이라면 입법발의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이 아닌가. 의석 숫자를 채우는 것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가 마이너스다. 어느 국민이 이들의 발언을 그대로 믿겠는가. 이들이 발의한 노동법 개정안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당장 이들이 끼치고 있는 피해가 막심하다. 6월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맘때면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이 노동계 대표 뉴스였다. 그러나 올해는 최저임금의 “최”자도 들리지 않는다. 활동을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무자격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을 추천해 자신의 입맛대로 최저임금위를 운영하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누구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때다 싶어 정부는 아예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려고 한다. 그렇게 결정돼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입게 될 피해는 어떻게 할 건가.

폭행을 행사하고 이에 동조하는 것은 원래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위 파행을 막고 최저임금을 지켜 내는 데 앞장서야 하지 않는가.

앞으로 더 큰 실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 들어 부쩍 분규사업장이 늘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조직들 중에서도 좋았던 노사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가 속속 드러난다. 대표적인 유형이 이른바 낙하산이다. 낙하산으로 들이닥친 인사가 갑자기 "노사관계에 문제가 많다"며 사사건건 토를 달고 나선다.

노조로서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그들이 선전하는 노사관계 선진화는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낙하산은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 온 자다. 그래서인지 노동부가 뒤를 봐주고 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의 원인을 보자. 제도가 불안전한 이유도 있지만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무시가 가장 크다. 의회가 정부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정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다. 새로운 국회에서는 달라질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 같다. 더구나 부정으로 의원이 됐다는데 어느 정부가 말을 듣겠는가. “앞으로도 전과 같이 낙하산을 투하해 밀어붙일 수 있겠구나”하는 확신만 더할 뿐이다.

법률적으로도 이들은 모두 퇴출돼야 한다. 모두가 대표자를 상해하고, 폭행한 공범이기 때문이다. 직접 가해한 자는 물론 가해를 막을 지위에 있으면서도 막지 않은 자들은 방조범이다. 현장에 없었다고 해서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폭행을 가한 자들의 폭행목적과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고가 될까 해서 집단폭행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얼마 전 이주노동자들의 집단폭행이 있었다. 집단으로 친구 한 명을 구타해 2주간의 상해를 가한 이유로 가담자 대부분이 본국으로 강제출국됐다. 그런데 신문지상에 나오는 사진의 모습은 어떤가. 폭행당한 전직 공당 대표의 상해 정도가 그 이상임이 확실해 보인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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