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3일이요?”

그분의 웃는 입에서 나온 말은 그랬다. 분명히 3일이라고. 그래서 반문했다. 혹시나 내가 3개월을 잘못 들은 건 아닌지 해서. 어쩌면 그분의 웃음이 너무 천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지난 수년간 버스회사에 몸담으면서 회사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던 사정들과 승무정지 3일의 징계처분을 받게 된 사유들을 설명했다.

근무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고정 차량을 배차받아 운전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다른 차량을 운행하는 비고정승무, 일명 스페어운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분은 단 하루의 운행시간과 배차간격을 고의로 다른 차량보다 늘렸다는 이유로 승무정지 3일의 징계를 받았다.

그분에게 3일이라는 양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고의로’ 운행시간을 지연시키고 배차 간격을 늘린 사실이 전혀 없었기에 해당 내용을 징계사유로 삼는다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다. 더욱이 회사는 운행 바로 전날 그분이 수개월 동안 운행하지 않았던 노선으로의 배차를 지시했는데, 아무리 그 불합리함에 대해 항변해도 사정이 바뀌지 않았다. 징계의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단순히 ‘과거 징계 횟수가 3회 이상일 경우 해고’가 가능한 사업장이면 사정은 보다 심각해진다.

역시나 복수노조 시행 이후 새로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에 가입한 분회 소속 조합원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빈약하다. 그분의 웃는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면서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단박에 끝날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부당한 건 끝까지 가 봐야죠."

웃는 목소리로 답하신다.

징계를 함에 있어 그 사유와 양정의 정당성은 당연하게도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사측의 답변서를 확인해도 신청인의 ‘고의’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확인할 수 없었다. 회사는 단순한 정황만을 주장할 뿐이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인의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버스 노동자들은 타 사업장 노동자들에 비해 법률 쟁송을 보다 빈번하게 제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 임금 관련 소송을 비롯해 수시로 벌어지는 징계 처분들에 대한 구제신청 등 그 내용은 다양하며 광범위하다. 버스 사업장의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법적인 대응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존재하기는 할 것이나, 법적인 다툼을 우선으로 하는 노조활동의 한계 또한 명백히 존재하기에 우려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괜찮은 건 아니겠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는 얼굴로 상담을 하고 사건을 의뢰하러 오시는 분들의 얼굴을 볼 때는 어쩔 수 없다. 이런저런 우려와 걱정은 잠시 제쳐 둔다. 그분에게서 전화가 오고, 수화기 너머로 웃는 소리가 들린다.

“중노위 가셔야죠, 노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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