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정책은 잘 모릅니다. 그런데 다른 큰 은행이랑 합쳐지면 분명 누군가 잘려 나가지 않겠어요. 얼마나 힘들게 들어온 직장인데, 그게 몇 년 후 제 모습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올해 우리은행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는 정아무개(27)씨의 말이다. 정씨는 지난 15일 오후 7시께 전국금융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잔디 오른편 구석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정씨는 "처음 참가하는 집회여서 그런지 어색하다"고 쑥쓰러워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상징인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자리에 앉자 이내 진지해졌다.

그는 집회가 끝난 9시30분께 자리를 뜨면서 “가만히 연사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메가뱅크 저지는 노동자들이 권리는 물론 금융산업 자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인 것 같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집회에 꾸준히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측도 놀란 호응=이날 열린 전국금융노동자대회는 행사를 주최한 금융노조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호응을 받았다. 오후 8시께 정규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시청 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2만여명의 금융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여느 집회와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났다. 행사가 절정에 이른 오후 8시30분 이후부터 퇴근한 은행원들이 속속 서울광장으로 모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야간근무를 마친 은행원들의 특성이 집회에 반영된 것 같다”며 “일부 지부의 경우 예상보다 집회 참가자가 너무 많아 나중에는 참가증 교부를 포기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집회의 핵심 주제는 올해 임단협 승리와 함께 우리금융지주 졸속 민영화, 농협 관치화 저지였다. 금융노조 산하 35개 지부 조합원들은 서울광장에 운집했고, 기업은행지부 분회장 120여명은 경주에서 노동교육을 진행하다가 서울로 상경해 큰 박수를 받았다.

◇ 금융노조-민주통합당 끈끈함 과시=김문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메가뱅크를 만들기 위한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에 대한 관치가 결국은 전체 금융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로 촉발될 금융기관 간 인수합병과 관치에 의해 조종당하는 농협 신경분리는 곧바로 수년 내에 타 시중은행 간 연쇄적인 인수합병을 예고한다”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권과 무책임한 금융관료가 강행하는 졸속적인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 관치음모를 단결로 분쇄하자”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추미애 의원, 4·11 총선에서 한국노총과 금융노조가 배출한 김영주·한정애·김기준 당선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리은행의 국민주 방식 민영화를 통한 독자생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분리매각을 통한 지역사회 환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어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 관치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농협의 경영 자율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민주통합당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안이 있는 사업장 위원장들의 투쟁사도 이어졌다.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상법까지 개정해 다양한 합병 방식으로 금융자본에게 우리금융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2만6천 우리금융 노동자들은 총파업까지 불사하는 각오로 뭉쳐 메가뱅크 야욕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권 농협중앙회지부 위원장은 “황우여 새누리당 당대표가 지난해 12월 정부 출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신경분리를 재검토한다고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경영이행약정서 체결을 강행하면 금융노조와 전국 300만 농민과 단결해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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