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노총

제3 노총을 표방하면서 출범한 국민노총(위원장 정연수)이 출범 6개월을 맞았다. 하지만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양대 노총에 턱없이 못 미치는 조직규모와 정부 개입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국민노총의 주력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놓고는 법적 분쟁 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시 용답동 서울지하철노조에서 정연수(55·사진) 위원장을 만나 지난 6개월의 성과와 과제, 최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정 위원장은 87년 서울지하철노조 법규부장을 거쳐 2006년 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현재 3선째 연임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국민노총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국민노총은 16일 오후 서울시 용답동 서울교육문화센터에 새롭게 마련한 사무실 개소식을 가졌다.

“노동운동 스스로 변해야 한다”

- 제3 노총을 추진한 배경은.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부정적이다. 국내 노사관계에 대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국제기관의 지표가 좋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노동운동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조직률도 낮고 이런 부정적 요소에도 모든 책임을 자본과 권력의 탓으로만 돌려 왔다. 한국노총은 60년, 민주노총은 20년을 그렇게 끌어 왔다. 그런 두 노총의 역사는 국민 대중에게는 희망과 이상이 되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사회와 시장이 변하고 있는 만큼 노동운동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자유주의의 엄청난 폐해가 나타났다. 대기업 중심, 소득불평등 등의 문제가 불거졌는데 노동운동 내부는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지도부의 헤게모니에만 집착했다. 선거 때마다 국민파·현장파·중앙파니 하면서 밤새 싸웠다. 조합원을 위한 현장 중심의 활동이 아니었다.”

- 그렇다면 국민노총의 노선은 무엇인가.

“상생과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3의 힘에 의해 끌려갔다면 이제는 우리가 주인으로서 상생과 협력을 주도하며 개인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기업과 국가발전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투명성 제고가 전제돼야 한다. 노동운동이 기업을 철저히 감시·견제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고 투명한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주인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형님들의 횡포가 심하다”

- 출범 뒤 6개월간 조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국민노총은 기성 노조로부터 엄청난 견제를 받고 있다. 국민노총에 가입한 노조간부가 부당전보를 당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산별연맹은 6개에서 9개, 단위노조는 104개에서 140개, 조합원은 3만명에서 4만명으로 늘어났다. 국민노총에 가입하는 노조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파업을 많이 하다가 조합원의 생계마저 어렵게 된 사업장과 노사가 한통속으로 부정비리를 저질러 조합원들이 갈 곳이 없는 사업장이다.”

정 위원장은 "국민노총이 조직화에 힘쓰는 사업장은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보험모집인 조직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리점 소속 보험모집인은 어려운 점이 많다. 보헙협회와 산별교섭을 통해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개인병원 간호·간병인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는 말도 못한다. 보육교사도 조직화 대상이다. 민간서비스 업종에서도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압박으로 현대중·KT노조 가입 못해”

그는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국민노총 연루설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옛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배출했고 이영호 전 금융노조 조직본부장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 갔다. 그들은 철저히 우리를 감시·견제했다. 그런데도 국민노총이 이영호와 관련해서 돈을 대줬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왔다. 황당했다. 오히려 내가 그들로부터 감시를 받았다. 그것 때문에 불쾌하게 지냈는데 그들을 위해 무슨 돈을 댄단 말인가. 그런 힘에 의해 안티가 만들어졌다. 국민노총 조직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 제3 노총의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노조와 KT노조의 가입 가능성은.

“2009년 사전모임을 할 때는 금방 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설립하고 나니 (입장이) 바뀌었다. 정치적 압박이 있지 않았나 추측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도와줬다면 왜 안 들어왔겠나.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대기업노조가 들어와야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조직·비정규직 노조가 그들보다 더 힘이 있는 것 아닌가.”

-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효력 논란에도 국민노총을 출범시켰다. 법적인 논란이 있는데.

“국민노총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에 남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다른 데서 사는데, 우리 식구라고 하면 되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6조1항6호(연합단체의 설립·가입 또는 탈퇴에 관한 사항)에 따라 민주노총 탈퇴는 규약변경이 아닌 상급단체 탈퇴에 관한 사항이므로 과반수 찬성이면 된다. 다만 지난 1심 재판에서는 (규약에 ‘민주노총에 가입한다’고 명시돼 있어) 규약변경 사항이므로 3분의 2 이상 찬성이 맞다고 했다. 하지만 노조 규약상 필수 기재사항인 사무소 주소·연합단체 가입·대표자 이름 등이 바뀌었다고 규약변경을 해야 하는가. 변경신고를 하면 되는 거다. 복잡할 것이 없다.”

“정부 비호·개입 의혹 사실 아니다”

- 정부가 국민노총을 비호하고 개입한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

“양대 노총에 각종 위원회와 정부기관에 관련된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수이지만 다양한 의견을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마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자리를 갖고 먹이를 빼앗은 것처럼 흥분하는 것은 성숙치 못한 행동이다. 국민노총을 정부의 이중대라고 표현하는데,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할 때 국민노총이 정부안을 들고 나온다면 의심을 받겠지만 우리는 (양대 노총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 국민노총에 대한 국고보조 논란도 있다.

“한국노총의 국고보조 사업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형님'들의 지나친 횡포다.”

현재 국민노총은 노사갈등해소지원센터 운영자금으로 정부에서 4억원을 지원받았다. 국민노총 소속 3개 노조는 별도로 1억500만원을 받았다.

- 명목임금 인상보다 실질임금 인상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임금시스템을 개조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예산 편성을 전년도 12월에 확정한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듬해 집행할 때 싸운다. 이미 국회에서 예산 의결을 한 사항이라 소모전만 한다. 공공부문임금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에 물가·교육·광열비 등을 감안해 노사민정이 함께 모여 예산을 책정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물가를 잡고, 노동계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회사는 설비투자를 하는 식이다. 실질임금은 경영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가능하다. 이와 함께 조합원의 재무설계를 돕는다면 실질임금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2008년 조합원 재무설계를 지원했는데, 그 결과 (재무설계를 받은) 조합원들의 자산이 (아닌 경우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양대 노총의 야권연대 참여는 실패”

- 국민노총의 정치적 노선은 무엇인가.

“노동계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대 노총은 야권연대에 참여했으나 총선에서 실패했다. 안 하느니만 못하고 속만 보이게 됐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문제를 같이 이해해야 노조법 개정과 근로조건 개선이 이뤄지지 않겠나. 하지만 지금 노동계의 정치참여는 소수 지도부의 정치적 욕망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 대중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4년간 노동정책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세밀한 준비와 대화가 부족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경제를 살리자고 친기업 정책으로 가다 보니 노조와 감성적으로 멀어졌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노동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병폐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노총은 간부의 것이 아니고 국민 전체의 것이다. 노동계가 꿈과 희망을 실현하고 잘 살려면 노동운동 자체가 경쟁력과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노동운동을 만들어서 노동운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관심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