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째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파업, 농성중이던 롯데호텔 노조원들이 29일 오전 4시20분쯤 농성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투입된 지 3시간20여분만에 전원 연행됐다. 경찰은 노조원들을 조사한 뒤 노조 지도부 등 농성 주도자를 가려내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날 공권력 행사는 사법당국이 위험수위에 달한 집단이기주의와 불법행동에 대해 엄중 대처하라고 지시를 내린 직후 실행에 옮겨진 것이나 의사의 집단폐업 등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다가 전국보건의료노조와 롯데호텔노조 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날 1100여명의 노조원이 농성중이던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과 정주억노조위원장 등 지도부가 농성중인 37,38층 연회장에 경찰병력 34개 중대 30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이 투입되자 2층에 있던 노조원들은 비상구 계단을 통해 36층으로 올라간 뒤 비상계단에 식탁·집기류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분말소화기 등을 뿌리며 저항했다.

경찰은 오전 7시15분쯤 경찰특공대를 투입, 비상계단의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철제문을 부순 뒤 연막탄 5발을 터뜨리며 진입했다. 연막탄이 투입되자 호흡하기 곤란해진 노조원들은 호텔의 시청방향 36,37층 대형유리창 20여장을 깨뜨렸다.

노조원들은 또 창문 바깥으로‘공권력 철수’‘노조원 연행중지’등의 구호와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공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오전 7시40분쯤 36층과37층에 있던 농성노조원 1125명을 완전 진압하고 전원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큰 충돌은 없었으나 경찰 6명, 노조원 24명이 부상해 경찰병원과 백병원으로 후송됐다. 노조측은“농성 노조원들중에는 임산부와 장애인10여명이 포함돼 있었지만 경찰이 강제진압을 강행했다”며“특히 연막탄을 불시에 발사하는 바람에 노조원들이 파편에 맞아 다쳤다”고 주장했다.

파업현장에 대한 경찰투입으로 300여명의 호텔 투숙객은 엘리베이터 작동 등이 중지되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었으며 호텔측은 오전 6시20분쯤부터 방송을 통해 투숙객들의 퇴실을 유도, 오전에만 절반 가량의 투숙객이 호텔을 빠져나갔다.

27층 객실에 투숙했던 미국인 필립 홀세쇼(41)는“오전 4시30분쯤 유리창파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며 “경찰병력 투입으로 이날 아침 모임에 가지 못해 큰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호텔 노조는 지난 9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55세에서57세로 정년연장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일방중재제도 폐지 ▲직원에게 봉사료 잉여금 분배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 경실련 이강원(36)정책부실장은“법집행의 형평성은 공권력을 신임하고 복종하는 근거가 된다”며“형평성 논란이 있는 법집행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가 기강의 토대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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