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식
한전산업개발노조 위원장

전국 11개 화력발전소의 연료 주입과 재처리, 전기검침과 청구서 송달을 주요 업무로 하는 한전산업개발(주)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대 주주인 자유총연맹은 다음달 안으로 모든 매각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자유총연맹이 지난 2003년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하며 밝힌 “직원 2천526명 전원의 고용을 한전산업개발이 규정한 정년 때까지 보장한다”는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한전산업개발노조(위원장 신민식)는 “조합원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14일 오전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신민식(43·사진) 위원장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라건설-만도 컨소시엄이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고용보장 3년’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들었다”며 “구조조정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매각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지분매각을 추진하던 자유총연맹은 지난달 20일 갑자기 매각보류 결정을 공시했다. 노조의 반발을 매각중단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닷새 만인 25일 공시내용을 번복하고 매각작업을 재개했다. 노조의 반발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가격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 자유총연맹의 전략이었다. 780억원을 제시한 한라건설-만도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늘 매각 MOU가 체결됐고, 15일부터 25일까지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진행된다. 다음달 중으로 모든 매각절차가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다음달이면 회사의 주인이 바뀐다는 말인데. 노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오늘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합원총회 소집과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했다. 전국 사업장에 쟁의행위 찬반투표 공고를 내고 파업 수순을 밟기로 했다. 전국 12개 화력발전소 중 11곳에서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다. 발전소 업무 가운데 중앙제어실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조합원들이 한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37%를 담당한다. 발전소에 석탄 등 연료를 주입하고, 재를 치우는 일이 주요 업무다. 우리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발전소측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보통 5월에 10% 이상이던 전력예비율이 최근 7%대로 뚝 떨어졌다. 통상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한전은 비상상황으로 간주한다. 전력 수급에 빨간등이 켜진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광역정전)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6월 초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 전에 자유총연맹은 밀실 매각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 매각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가장 우려되는 점을 꼽는다면.

“9년 만에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3년 한전의 알짜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이 자유총연맹에 인수될 때 조합원 고용과 처우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9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매각을 앞두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서울 흥인동 본사건물 매각 차익과 2010년 코스피 상장을 통한 상장 차익 등 9년간 총 972억원을 챙겼다.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할 당시 투자한 원금 707억원을 훨씬 웃돈다. 자유총연맹은 무분별한 자회사 투자에 따른 손실 적자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밀실협상으로 팔아치우고 먹튀를 하려 한다.

자회사 손실 적자를 떠안으며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당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다. 사람을 줄여 손실분을 메우려 할 것이다. 한라건설-만도 컨소시엄이 제출한 경영계획서에 ‘고용보장 3년’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들었다. 성실히 일하며 회사의 발전에 기여해 온 조합원들이 언제 길거리로 쫓겨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노조의 파업으로 발전소 업무나 송달·검침 업무가 중단될 경우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데.

“전기를 만들고, 국민들의 전기사용량을 검침하고, 전기사용료 청구서를 송달하는 것이 우리의 업무다. 90년 창사 이래 한전산업개발은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전기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한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다.

이처럼 국민생활에 밀접하고 공공성이 강한 배전·검침·송달 업무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거듭된 매각은 업무의 안정성을 저해할 뿐이다. 자유총연맹이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자유총연맹은 밀실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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