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숙 엘카코리아노조 위원장

엘카코리아는 에스티로더·바비브라운·맥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수입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30여개의 수입화장품 브랜드 중 9개가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업계 매출 1위를 자랑한다. 엘카코리아노조(위원장 이미숙)는 지난 2008년 화장품 판매업계 최초로 사흘간 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파업 이후 노조 조직률이 급감했다. 특정 브랜드 직원들에 대한 사측 탄압의 결과였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엘카코리아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미숙(44·사진) 위원장은 “노조의 최대 고민은 현재 60%까지 떨어진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업계 최초 파업했지만…”

노조는 2007년 9월 설립됐다. 노조를 만들기 전 매니저 몇 명이 모였다는 이유로 회사가 이들을 해고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때문인지 당시엔 노조를 만들면 잘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무지해서 그런 거죠. 계속되는 회사측의 무원칙한 인사이동과 부당인사 조치를 그냥 당하기엔 억울하다고 생각했어요. 해고당할 각오로 노조를 만들었죠. 그런데 노조를 만들고 나니 노조 위원장은 못 자르더라고요.”

노조 설립 이후 급여와 수당이 많이 생기고 본사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노조를 만든 이듬해 회사의 기본급 차등인상에 반발해 사흘간 파업을 벌였다.

그런데 파업 전 노조 조직률이 100%에 달했는데, 지금은 60%로 줄었다. 파업 이후 특히 한 두 브랜드에 대해서만 노조 탄압이 심했다.

“예를 들어 파업에 참가한 매장 중 1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1억2천만원의 목표량을 주는 거예요. 파업에 참가한 매장 목표를 과도하게 준 거죠. 회사는 매장 매니저를 통해 노조에 가입하니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못 받는다는 식으로 계속 노조 탈퇴를 유도했어요. 노조가 생긴 지 얼마 안 됐으니 노조는 잘 모르겠고, 가입하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한두 개 브랜드에서 대다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다.

“브랜드끼리 경쟁 붙여 노조 단결 방해”

화장품 판매직은 20대 초반 여성들이 많고 이직률도 높다. 이 위원장은 “노조에 대한 의식도 높지 않고 회사 말을 더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판매 브랜드가 많다 보니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다른 브랜드끼리 실적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도 노조의 단결에 방해 되는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전국 매장에 흩어져 있어 모아 교육하는 것도 어려워요. 노조 5년차인데, 사원이 많이 바뀌어서 노조가 생기고 나서 뭐가 좋아졌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노조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바쁘기도 하고요.”

그는 기본급 차등인상 도입으로 많게는 20%까지 차이가 났으나 지난해 단체협상을 통해 1%까지 차이를 줄인 것을 노조의 성과로 꼽았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동률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현재 감정수당 월 8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올해는 10만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감정휴가도 요구할 계획이다.

“조직률 높여야 회사에서 함부로 못해”

이 위원장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면 회사가 조합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매년 이익을 내고 있거든요. 따라서 직원들에게 나눠 줘야 할 것이 많지 않겠어요. 그런데도 회사에서 외면하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죠.”

이 위원장은 탈퇴한 조합원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탈퇴한 조합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 앞에 ‘서비스’가 붙으니 고객들은 우리가 더 늦게까지 근무해야 하고, 쉬는 날도 영업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서비스노동자도 같은 노동자로 봐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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