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14일 온라인 전자투표를 통해 경쟁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결의안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가결했다. 하지만 당권파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결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임원·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12일 있었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며 "책임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 있어야 하며, 민주노총의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린 행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앞서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당이 마지막 기대를 저버릴 경우 진보정당으로서의 지지 철회를 포함한 당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산별대표자는 "민주노총의 쇄신 요구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중앙위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당권파가) 1%도 혁신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폭력사태로 인해 지지 철회는 이미 다수의 의견이고 더 나아가 집단탈당 운동까지 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배타적 지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후 2008년 분당사태를 겪으면서 배타적 지지 관계는 사실상 종료됐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를 몰아줬다. 통합진보당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로 인해 당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확산된 데다, 폭력사태까지 발생하자 민주노총 내부 분위기는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 쪽으로 급선회했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별로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입장을 모은 뒤 17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다. 통합진보당에 남아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권파가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탈당은 조합원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집단탈당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산별노조 관계자는 "탈당 운동을 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당권파가 전자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례대표 총사퇴와 혁신위 구성은) 최소한의 조치"라며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물리적 폭행으로 저지한 당사자가 당규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까지 반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계를 떠밀어 나가게 하려는 의도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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