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진 뒤 쇄신은커녕 폭력사태에 휩싸이면서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민주노총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당원 13만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4만5천명이다. 특히 당권자 7만5천명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3만5천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진행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치열한 논란 끝에 중앙위원회를 앞둔 통합진보당에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중앙위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본부를 제외하고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력사태에 참담한 분위기=민주노총은 폭력사태에 놀란 표정이다. 특히 12일 중앙위 회의장에서 당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다. 노동 중심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통합진보당은 총선을 앞두고 조준호 대표를 영입했다. 조 대표의 통합진보당행은 민주노총 차원의 조직적인 결정은 아니었지만 당이 노동 중심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당내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참담하다"며 "폭력사태는 국민에 대한 폭행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폭력사태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통 끝에 강력한 쇄신 촉구했지만=민주노총이 애초 기대했던 것은 통합진보당이 12일 중앙위에서 강력한 쇄신안을 통해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에 대한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중앙위에 전달할 입장을 정하기 위해 11일 저녁 7시40분부터 이튿날 새벽 4시30분까지 9시간가량 긴급 중집회의를 열었다. 산별 위원장들은 당의 고강도 쇄신을 거듭 주장한 반면 일부 지역본부장들은 "당이 진실규명을 위해 논란 중"이라며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토론이 길어지자 몇몇 중집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노총의 입장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과 경쟁부문 비례후보 총사퇴, 당직자 보직사퇴를 포함한 후속조치안 집행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다. 민주노총 소속 경쟁부문 비례후보인 나순자·이영희·윤갑인재 후보의 사퇴도 공식화했다.

민주노총은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조사와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중앙위는 당은 물론 진보진영의 전체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기로"라며 "진지한 고민과 격조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중앙위는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정치방침 논란 가속화될 듯, 민주노총도 타격=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진보정당으로서의 지지철회를 포함해 당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당의 상황을 봤을 때 당 차원에서 어떤 쇄신 조치를 취하더라도 당권파와 당권파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반발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의 쇄신 요구를 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이 민주노총의 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산별대표자들의 반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산별대표자들이 이번 폭력사태로 인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와 집단탈당까지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결정한 집행부로서도 타격을 받게 됐다. 민주노총은 "총선에서 불거진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의 '총체적 부실·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 민주노총을 믿고 통합진보당을 지지해 주신 조합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산별대표자회의를 연다. 6월 말 경고 총파업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에 대한 입장이 개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17일 중집을 다시 열고 통합진보당의 중앙위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한다. 민주노총이 4·11 총선 이후 정치방침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정치방침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를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내부갈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