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5% 안팎 수준이던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2010년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3.5%를 기록했다.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100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하면 3.5명만 구제를 받았다는 얘기다. 부당해고 인정률도 2008년 39.5%에서 지난해 32.1%로 떨어졌다. 이 정도면 노동위원회가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노동위는 정부의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였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 해 평균 5건에 불과했던 단체협약 시정명령 의결사건은 2009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2010년에는 무려 94건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단협 중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노동위의 의결을 얻어 시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노동위가 요구를 거의 들어준 셈이다. 노동위의 보수화를 이처럼 명확하게 보여 주는 지표는 더 이상 없을 듯하다. 과연 노동위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고로 한국경총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노동위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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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
 
“문제는 노동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하락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노동위원회가 독립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공익위원 선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용자 편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동위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노동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형식이 이러니 내용의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정부의 정책방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공익위원 구성에서도 정부나 사용자 편향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문제에 문외한인 사람을 기용하기도 한다. 교차배제 방식을 쓰다 보니 열의가 있는 사람은 제외되고 나중에는 무색무취해 정책방향에 휩쓸리는 사람이나 소신과 주관,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남는다. 거기에 행정라인에 있었던 사람이 노동위 고위급으로 임명되고, 중요한 사건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형국이다.

우선 노동위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되찾아야 한다. 노동부 부속기구처럼 되는 것은 막으려면 독립적인 위상을 발휘하도록 예산과 조직을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국회 산하에 노동위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교차배제 방식을 통한 공익위원 선출 방식도 바꿀 때가 됐다. 상호배제 방식을 지키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
“노동부 매뉴얼대로 판정하는 노동위, 독립시켜야”

노동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료 출신이 중앙노동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상임위원도 대부분 노동부 출신이다. 노동위의 인사나 재정을 노동부가 좌우하고 있다.

정부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노동위의 조직운영도 폐쇄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중노위가 언론취재를 통제해 비난을 샀는데, 이 역시 폐쇄적 조직운영의 단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수노조나 타임오프 관련 정부 매뉴얼에 충실한 조정이나 심판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고 ‘사용자 노조’가 늘면 당연히 피해를 입는 노조가 생기고, 부당노동행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노동위의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노동위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노동계는 국무총리나 대통령 산하기관으로 노동위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내용의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유사한 내용이 민주통합당의 총선 공약에도 담겼다.

장기적으로는 노동법원 설립을 통해 노동사건에 대한 전문성 있는 판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법원의 조직 특성상 심판이 길어지고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신속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국장
“노동분쟁 해결시스템 총체적 점검 필요”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이 3%대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노동위가 독립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법원과 달리 노동위가 만들어진 것은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면서 노동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가령 노동부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해 애매하게 해설서를 냈다면, 노동위는 무조건 창구단일화를 거치라고 사용자에게 종용했다. 서울지노위에서 공무원노조를 근로자위원으로 위촉하지 않은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노조가 법외조직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노동위는 적극적으로 노동부의 방침을 실행하고 있다. 사법부가 법리적 해석만 한다면 노동위는 선진적으로 노동자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기구여야 한다. 현재는 법원의 법리적인 판단도 못 쫓아가는 수준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고 대법원에서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위는 노사정 삼자기구다. 독립성을 회복하고 노사정 삼자기구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살리고 준사법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 공익위원 위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2006년부터 노동위 노동자위원(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노동위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연구자료와 개선방안에 대해 나온 것은 많지만 아직까지 민주노총 차원에서 입장이 정리되지는 않았다. 올해는 좀 더 깊은 논의를 통해 장기적인 전망을 내놓으려고 한다. 장기적으로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권혁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공정성 훼손? 불복 적고 법원 가도 인정받아”

지난해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구제신청 건수는 연간 1만1천418건이었다. 이 중 31.9%인 3천643건이 양쪽 당사자가 화해했다. 화해율은 2007년 15.2%에서 2010년 25%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30%를 넘어선 것이다.

또 30.1%인 3천438건은 구제신청을 취하했다. 판정을 내린 경우는 38%인 4천337건이다. 이 중 457건만이 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전체 구제신청 건수의 4%, 판정 건수의 10% 정도만 노동위의 판정에 불복한 것이다.

특히 법원은 노동위원회에서 올라온 10건 중 9건(88%)의 사건에서 노동위의 판정을 그대로 인정했다. 아무리 실력 있고 전문적인 변호사나 로펌도 100% 승소할 수는 없다. 노동위 승소율이 88%라는 것은 법원에서 인정할 정도로 공정성이나 전문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정노동행위나 부당해고 인정(판정)률이 낮다는 이유로 노동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도하거나 억지에 불과한 주장이다. 노동계가 법원에서 패소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고 이긴 것만 갖고 마치 노동위원회가 공정하지 않을 것처럼 선전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위의 핵심 기능은 판정이 아니라 화해다. 판정으로 갈 경우 노사 양측 모두 감정이 크게 상하고 이후 법정 다툼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화해는 사용자와 근로자 둘 모두가 만족해야 성립된다. 화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자 고무적인 일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노동분쟁을 해결한다는 노동위의 취지가 잘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계로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수는 있다. 반대로 사용자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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