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은 소득 불평등의 척도다. 법정 최저임금의 인상은 소득 불평등과 절대적 빈곤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위원 위촉을 들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노동문제 전문가들이 “모든 성인, 정규 고용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국사회에 권고했다.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7~9일 서울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유럽 노동포럼(AELF, Asian-European Labor Forum)에 참석한 각국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포럼 마지막날인 9일 아시아·유럽 국가 노동계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권고문을 채택했다.

이번 포럼은 ‘소득 불평등과 경제위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은 유럽의 ‘부자 국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포럼에 따르면 유럽의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저소득층 비중이 95년 16.5%에서 2010년 22.9%로 급상승했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노르웨이에서도 임금분배율에서 최하위 임금계층이 차지하는 몫이 2001년 6.1%에서 2010년 5.5%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상위 10%의 임금 몫은 18.6%에서 19.7%로 늘었다.

포럼 참가자들은 이런 현실에 대한 타개책으로 ‘강한 노조’를 꼽았다. 참가자들은 각국에 ‘필요하고 긴급한 조치’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의 강화 △모든 국가에 충분한 최저임금의 도입 △모두를 위한 포괄적 사회보장 △생산성 증가와 일치하는 임금인상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노동시장 체제 △국가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노동시장에 대한 종합적 규제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들은 권고문에서 “이러한 정책들은 노동시장 내부의 불평등과 성별에 따른 차별을 감소시키는 데 주요하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노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포럼 개최국인 한국에 대한 특별 주문도 잊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한국사회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려면 모든 성인, 정규 고용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고, 사회보장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을 줄여 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노동기구(ILO)와 유럽노동조합연구원(ETUI)·국제노동대학(GLU) 등 권위 있는 노동단체와 아시아·유럽 국가 노동문제 전문가 50여명이 서울을 찾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포럼의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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