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노동위원회가 법 해석에서 법원을 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노동분쟁 해결능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노총과 법률가단체 주최로 열린 ‘현대차 사건 등 최근 판정사례를 통해 본 노동위원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향력 높아졌지만 권리구제 취지 무색=지난해 노동위에 제기된 심판사건은 1만361건이었다. 박성우 민주노총 노동위원회사업단 기획위원은 “95% 정도가 당사자 간 화해 또는 취하·판정 승복”이라며 “노사 분쟁사건에 미치는 노동위 영향력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인정률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박 기획위원은 “과거에는 고무적인 노동위의 판정들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법원에서 의미 있는 새로운 경향의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근 교수는 “노동위는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해 법 해석에서 법원보다 앞서는 선도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관료화에 젖어 자기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면 법원보다 노동분쟁 해결능력에서 경쟁력을 상실해 장기적으로는 노동법원 설치처럼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입장이 정치권에서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위는 '노동부 산하 행정기구'=노동위는 노동자가 손쉽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노조가 관련돼 있는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 등이 관련돼 있고 전국적으로 이뤄진 해고의 경우 노동위의 판정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노동위의 인사와 예산이 고용노동부에 종속돼 있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노동위를 독립기관화하는 것”이라면서도 “국가인권위처럼 정부 입장이나 누가 위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독립성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익위원 위촉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둘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노동위원회사업단 단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건을 예로 들며 “공익위원 선정시 한진중공업과 관련되거나 의혹이 있는 자들로만 구성했다”며 “부산지노위의 태도와 판결은 지노위가 정치적이고 사용자 편향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바람직한 노동위 개선방안은?=박성우 기획위원은 “노동위 문제들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비독립성과 노동위 사람들에 의한 운영상의 문제점인 성격이 크다”며 “선언적인 노동위 폐지와 노동법원 설립만 주장하기보다 제도와 운영 개혁활동을 활발히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위 개선방안으로 △독립성 강화(독립기구화) △노사정 3자 합의제기구로서의 위상·제도 강화 △준사법적 기구로서의 전문성·합리성 제고를 제안했다. 이오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단기적인 해법으로 △공익위원에 대한 노동위 추천권을 폐지하고 노사 추천 후 노동위가 위촉 △노사위원에게 판정권 부여 △노동위 광역화와 법률전문가 상임위원 위촉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단기적 해법이 불가능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노동위를 폐지하고 노동법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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