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 동안 일하다 퇴사한 후 뇌종양에 걸려 투병하던 퇴직 여성노동자가 끝내 숨졌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퇴직 노동자인 이아무개(32)씨가 지난 7일 오후 8시께 사망했다.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97년 만 17세 나이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6년간 고온 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다. 2003년 봄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둔 이씨는 2010년 5월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뇌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같은해 9월 재발했고,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올해 2월부터 요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 7일 오후 숨졌다. 유가족으로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남편은 그동안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아내의 산업재해를 인정할 것을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씨와 가족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산업재해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9월 재판이 한 번 열린 뒤로는 8개월이 지나도록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벌써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55번째 산재 사망”이라며 “젊은 청춘들의 생명이 꺾이는 것은 누가 봐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죽음도 억울한데 초일류기업이라는 삼성이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수년을 투쟁해야 하는 유가족은 참담하다”며 “삼성과 같은 살인기업의 반성과 각성, 그에 앞선 정부의 강력한 처벌과 노동자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씨 발인이 있는 10일 노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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