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정희 공동대표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는 분명 진보와 민주의 아이콘이었다. 감히 아무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국민참여당까지 포함시켜 통 크게 진보대통합을 추진했다. 민주통합당의 집권을 위해 야권연대로 민주통합당의 누구보다도 헌신했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지역구경선에서 문자메시지라는 선거부정으로 그녀가 눈물로 후보직을 내놨을 때 그녀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까지도 박수를 보내며 정치인 이정희 대표를 칭찬했다. 진보를 위한, 야권연대를 위한 희생이라고 정치인 이정희를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러니 경기동부지역 용인시민 아무개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조합원 아무개도 그런 이정희 대표를 보고 비례대표 4번 통합진보당에 투표를 했다. 그런데 지금 이정희 대표가 이른바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이라는 정파 대표로 충격적으로 변신했다고, 영화 ‘링’을 보는 듯 소름 끼친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녀사냥에 내몰린 마녀가 돼 버렸다. 이른바 ‘조중동’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한겨레 등 진보언론까지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에게 집단적인 몰매를 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에 관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있은 지 아직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에게는 참으로 ‘링’보다도 소름 끼치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2. 마녀사냥에는 마녀가 없다.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녀사냥은 정작 마녀를 사냥하지 않는다. 마녀로 몰린 누군가를 사냥하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집단의 공포가 마녀를 만들어 내고, 공동체로부터 추방하는 행위가 마녀사냥이다. 공동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위험은 집단을 공포로 몰아넣고, 서로를 의심하다가 급기야 그들 내부에서 집단의 광기가 마녀사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 그 집단에서 가장 이질적인 자가 마녀로 몰리게 된다.

3.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짓이다. 당권파가 주장하듯이 선거부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대의주의체제에서 정당운영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했다. 그러면 무엇이 당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선거의 부정 내지 부실을 가져왔는지, 당의 무엇이 그런 위험을 가져왔는지 찾아내서 발본색원하고자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은 책임지고 물러나자 하고, 책임질 일 하지 않았으니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선거부정이라 하고 조사부실이라고 하고 있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어떤 부정과 부실이 있었는지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로 발표됐다. 해당 행위가담자를 징계하기 위한 조사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선거부정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선거로 당선된 자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누가 선거부정을 했는지, 누가 선거부실을 초래했는지 파악해서 가담한 자는 출당 등으로 징계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 통합진보당의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책임지라 권고하고,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는) 권고를 채택할 수 없다 버티다가 권고에 따르지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다가 선거부정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이정희 대표는 진보와 민주의 아이콘에서 권력의 화신, 당권파의 마녀로 전락해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것은 통합진보당이 당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를, 당의 운영을 위험에 빠뜨린 자들을 즉각적으로 그 행위가 발생하고 있을 때 즉각 파악해서 조치를 취하고 그러한 행위를 한 자들을 발본색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후에, 그것도 출당 등 징계와 후보박탈 등의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고 고작 권고하겠다는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전국운영위원회를 진행하다 당권파의 반발로 당운영의 파행을 가져왔다. 지금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죽기살기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에서 당권파가 저지른 부정행위는 출당 등 징계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책임을 물을 당의 기구에서 당권파의 다수 힘을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권파 스스로 해당행위자를 징계하고자 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게 된다. 그런데 이번 당내 비례대표 경선처럼 정파세력이 하나로 총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부정 행위라면, 당권을 차지한 다수 정파세력의 선거부정은 스스로를 징계하겠다고 하는, 가능하지 않는 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선거부정이라는 진상조사 결과를 받아든 비당권파로서는 그나마 자신들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는 당의 전국운영위원회 등 당의 기구에서, 그리고 당 밖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그러니 지금 통합진보당의 당내 민주주의와 그 민주주의를 다수세력으로부터 지켜낼 기구의 부재가, 선거부정이라는 당운영의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당과 당원이 극복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다수세력의 대표 이정희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나아가고 만 것이다. 그러나 마녀사냥으로는 마녀를 사냥할 수 없다. 그 마녀사냥은 성공을 해도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건 아무리 성공해 봐야 기껏해야 한 개인, 한 정파세력의 추방에 그치고 만다. 다수의 정파세력을 추방한다는 건 통합진보당의 존립의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 더구나 지금 마녀사냥은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문제는 선거부정의 문제다. 그것은 선거부정을 행한 자들, 그것을 조직적으로 자행한 정파세력이 있다면 그들을 당이 철저히 책임을 묻고, 당의 어떠한 구조가 그와 같은 행위를 가능하게 했는지 살펴 제도를 새롭게 구축해서 민주주의를 고장내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지금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 문제를 두고서 노동정치를 논하는 자들도 온통 정파타령이다. 이정희와 그녀로 대표되는 당권파다 경기동부다 뭐다 하면서 다들 정파다 세력이다 이러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제정파세력의 이해관계와 이합집산을 들춰내서 무슨 정파가 당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런 타령을 하기에 바쁘다. 그러면 이번 사태는 노동정치에서 무슨 정파세력의 문제로 파악되고 만다. 그리고 방향은 그 정파세력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거나 퇴출시키는 게, 그 정파세력의 대표를 마녀로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는 것이 노동정치의 방향이 되고 만다. 이건 무엇인가. 그들의 노동정치는 다른 정파세력들이 주도하도록 하자는 것이 되고 만다. 이것이 지금 진보의 근본을 흔들었다 하는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 사태에 대한 노동정치의 응답이라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노동정치는 노동자를 들먹거려서는 안 된다. 정파로 세력으로 사고하고 실천한다면 노동정치의 문제는 영영 정파세력의 문제로 제기되고 귀결되고 만다. 정파세력으로 사고하는 자가 말하는 노동정치는 ‘어떤 정파세력이 주도해야 한다’거나 ‘어떤 정파세력이 배제돼야 한다’거나 ‘어떻게 연합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 기껏해야 당권파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다 하는 것이 고작이고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노동정치는 정파세력 간의 협상, 합종연횡의 정치가 되고 만다. 빌어먹을 노동정치다. 그러나 노동정치를 말한다면 이런 빌어먹을 정치적 주장을 그만둬야 한다. 노동정치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할 것이냐, 그걸 어떻게 실험해 나갈 것이냐, 노동자의 의사가 권력의 의사로 갈음되지 않도록 할 방안은 무엇이냐, 노동자의 의사를 일정시점에서 박제화시키는 투표와 선거를 넘어서 변심하는 노동자의 의사를 노동정치에 반영할 방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찾아나가야 한다. 노동정치를 말한다면 어차피 권력은 노동자의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그것을 차지한 자는 그가 누구고 어떻게 선정됐다 해도 노동자의 것을 차지한 권력자일 뿐이다. 그는 노동정치에서 권력자지 더 이상 노동자일 수 없다. 그러니 노동정치는 ‘누가 권력자여야 하냐’가 아니라 그 권력자로 하여금, 그 권력자로부터, 그 권력자를 넘어 ‘노동자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관철할 것이냐’를 위해서 ‘노동자에게 어떻게 권력을 제압할 무기를 쥐도록 할 것이냐’고 물어야 한다. 노동자는 그 무기로 노동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어떠한 정파세력조차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의 무기를 빼앗고서, 노동자에게 무기를 주지 않고서 노동자의 민주주의를 말해서는 안 된다. 그건 권력자가 말하는 민주주의일 뿐이다. 지금 노동정치의 위기는 권력으로 사고하고 실천하는 데서 비롯됐다. 노동(자)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단순히 총체적 선거부정이 민주주의를 고장 낸 게 아니다. 당의 민주주의의 부실이 통합진보당의 선거를 고장 낸 것이다. 그것이 급기야 지금 통합진보당을 고장 내고 말았다. 권력으로 계산되고 작동시켰던 당의 운영이 그 권력조차도 망가지게 했다. 그러니 통합진보당이 진보의 당이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로 철저히 작동되도록 제도를 구축해서 실현해야 한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의 당이라고 내세운다면 노동자가 당의 권력, 당권파를 비판하고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줘야 한다. 마녀사냥으로는 마녀를 사냥할 수 없다. 위험의 실체를 파악해서 극복하면 공포는 사라진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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