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중인 KBS본부와 MBC본부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 텐트 80여동을 설치하고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희망캠프'라고 이름붙였다. 정기훈 기자


7일 오후 3시께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한구석에 텐트 수십 동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텐트는 30여분만에 80여동으로 늘어났다.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99일, 63일에 접어든 언론노조 MBC본부·KBS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여의도 문화마당에 '여의도 희망캠프'를 차렸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희망캠프'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조합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농성장에서 열린 희망캠프 출정식에서 김현석 KBS본부장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라며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농성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정영하 MBC본부장은 "MBC는 100일, KBS는 두 달 넘게 공정방송을 외쳤지만 아직 국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인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이런 투쟁을 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확실히 끝을 보자"고 다짐했다.

한신대교수협의회 교수 10여명과 대학생들은 농성장을 지지방문했다. 이해영 협의회 공동의장은 "총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한 후 참담했지만 오늘이 정세 대역전의 첫날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수들도 있는 힘껏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KBS본부와 MBC본부 조합원은 국민들에게 전하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언론자유가 살아 있음을 말하기 위해 정치·경제의 심장부 여의도에서 희망캠프를 시작한다"며 "언론인들이 자신의 양심을 속일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독립언론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두 본부는 공정방송 쟁취와 낙하산 사장 퇴진이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조합원 150여명이 교대하며 매일 노숙투쟁을 벌인다. 농성장에서는 매일 저녁 시민들이 함께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한편 MBC본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정명을 되찾는 그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 PD들은 이날 광화문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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