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규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노동현장의 위험요소는 노동자가 가장 잘 압니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는 노동조합의 관심과 역할이 크다는 겁니다.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지시사항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업주의 역할을 뛰어넘어 안전시설 보강 등을 적극적으로 건의해 나가야 합니다. 사업주도 사전안전교육 등을 철저하게 이행하면 산재재해율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신진규(59·사진)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사업주와 노동자가 산업재해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높인다면 재해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사업장 안전관계자 또는 안전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회원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과 안전관련 종합컨설팅 사업 등 산재예방을 위한 제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신진규 회장은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과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그가 회장에 취임한 이후 8개월간은 자신의 노동운동 경력을 십분 발휘하는 기간이었다.

신 회장은 15개 시·도의 한국노총 각 지역본부와 '산업재해예방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출신지역인 울산에서는 울산상공회의소·울산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광폭행보를 밟았다. 그는 "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8개월 동안 4만2천킬로미터를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는 전국 주요 시·도에 27개 지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회에서 일하는 직원만 500여명이다. 그중 90% 이상이 다양한 산업 분야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구성원 대부분이 전문기술인력인 셈이다.

협회는 64년 설립한 이래 50여년에 이르는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협회가 담당한 안전관리대행 사업대상의 경우 재해율이 평균보다 낮다. 신 회장은 "협회가 지난해 안전관리대행을 담당한 사업장은 7천500여곳으로 재해율이 0.41%였다"며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 0.65%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안전 분야에 대한 진입장벽이 완화되면서 안전관리대행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검사 부실 우려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안전관리 대행기관 허가를 많이 내주는 바람에 덤핑경쟁이 발생하고 있어요. 기관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논리가 득세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산업현장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협회는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안전관리 기법을 시대 변화에 맞춰 개발해 나가면서 다른 기관과의 차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정부도 검사기관을 신규로 허가할 때 전문인력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며 "협회도 국내 최고의 산업안전종합컨설팅기관에 안주하지 않고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공익법인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14 전략'을 통해 공익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 국민과 산업현장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지속적 봉사활동 전개 △장학사업 확대 △사회공헌활동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협회의 고민은 경기침체로 인해 각 기업이 안전 분야 투자를 우선적으로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안전관리"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출신 인사가 산업안전 분야에서 일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효과도 기대했다. 신 회장은 "노동계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협회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일방적인 입맛에 끌려가지 않고 공정한 사업을 펼친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일하겠다"며 "노동조합들도 산업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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