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중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

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달 7차례 진행된 임금협상에서 사용자측이 임금 동결을 고수해 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사는 현재 노동위원회 조정절차를 밟고 있다. 노조는 이달 17일 파업출정식을 거쳐 18일 새벽 4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의 98%가 노조 조합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업 돌입시 교통대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는 “서울 시내버스업계의 실질적 사용자인 서울시가 합리적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동자동 노조 사무실에서 류근중(60·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 최근 지부장 총회를 열어 파업 돌입을 결의했는데.

“자동차노련이 올해 초 전 노동자 평균임금이나 물가인상률·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올해 기본급 기준 9.5% 인상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 요구안을 갖고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임금협상에 들어갔다. 지난달 2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진 데 이어 같은달 30일까지 7회에 거쳐 집중교섭을 벌였다.

올해는 단체협상 없이 임금협상만 하는 해이기 때문에 교섭이 쉽게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일곱 번의 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하다 못해 1~2% 인상률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공무원 임금이 5.1% 올랐다. 지난해 교섭에서 우리도 공무원만큼 올려 달라고 요구했었는데 버스업계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3.8% 인상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시내버스 요금이 150원(16.66%)이나 올랐다. 그런데도 임금을 동결하겠다니 노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더 이상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 최근 수년간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없었다. 서울시장 교체가 파업 결정에 영향을 미쳤나.

“서울시장이 누구냐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버스업계의 실질적 사용자는 서울시다. 시가 버스 운송에 소요되는 모든 원가를 쥐고 있다. 임금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려면 시가 임금인상안을 내놓아야 한다. 준공영제하에서 노사 간 자율교섭은 한계가 있다. 서울시가 합의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서울시가 시내버스 200대 감차를 추진할 계획인데.

“시내버스 200대를 줄이면 일자리 500개가 날아간다. 박원순 시장은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면서도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줄이려 한다. 일자리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일자리 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차량감차 및 광역버스 이관방안’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서울 시내버스 전체 차량 7천400여대 가운데 200대가 줄어든다. 시는 1대 감차시 연간 4천87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용절감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차량이 줄어 배차간격이 늘면 서민들의 발이 묶인다. 우리 조합원들은 고용을 위협받게 된다. 득보다 실이 크다. 시는 감차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 파업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16일 자정에 조정이 만료된다. 사업조합측이 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조정안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조는 17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출정식을 열고, 18일 새벽 4시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노조 소속 67개 버스회사에서 68개 지부 소속 1만8천여명의 조합원이 운전대를 놓는다. 이에 앞서 8일 지부장총회가 열린다. 68명의 지부장은 이날 직위사임서를 제출한다. 직위를 걸고 가열차게 투쟁하겠다는 의미다.”

-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시민불편이 만만치 않을 텐데.

“조직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버스요금 인상으로 서울시의 재정적 여건이 양호해진 데다, 조합원들 역시 요금인상에 따른 임금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근속연수 5년차 조합원의 경우 무사고포상금 같은 부가급여를 뺀 평균 월급이 261만원이다. 그것도 상여금이 포함된 액수다. 조합원 대부분이 40~50대다. 평균 2명의 자녀를 키운다. 지금 받는 돈으로 애들을 가르치며 살기 힘들다.

우리는 파업으로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려는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조정에 임해 파업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시나 사업조합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시민들에게 불편이 끼치는 점은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하지만 이점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버스 노동자도, 그 가족도 모두 서울시민이다.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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