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꺽기도’가 화제다. 말끝을 다른 단어나 노래에 이어 붙이는 말장난 개그다. ‘감사합니다람쥐~~.’

꺽기도는 애초 ‘같기도’의 부활이다. 같기도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풍자한 개그코너였다. 개그맨 김준호가 지난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모자 달린 옷을 뒤집어 입고 나타난 개그맨 김준호는 “이건 후드티도 아니고 팬티도 아니여”라며 좌중을 웃겼다. 인터넷에선 이를 따라하는 패러디가 넘쳤다. 당시 한창 불붙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고 “이건 유리한 것도 아니고 불리한 것도 아니여”라는 자조 섞인 패러디도 나왔다. 4년이 지난 후 김준호는 꺾기도를 들고 나와 시청자들을 공황상태로 만들고 있다. 같기도 향수도 불러 일으켰다. 최근에는 국토해양부가 그 바통을 이어 받은 모양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봄맞이 체육행사를 4대강변에서 실시하라는 공문을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내려 보냈다. 노동계와 공공기관 노조가 반발하자 “강제사항 아니다. 4대강변에 가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마치 국토부는 ‘이건 권장사항도 아니고 강제사항도 아니여’라며 국민들을 한바탕 웃기려고 작정한 것 같다. 도대체 공공기관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라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만 나온다. 봄맞이 체육행사가 무엇인데 국토부가 궁색한 말장난을 하는 것일까.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은 국민의 체육의식을 높이고, 보급하기 위해 체육의 날을 정하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은 매년 4월과 10월에 체육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적어도 이 법이 시행된 후 정부가 체육행사를 특정장소에서 하도록 지정하는 공문을 내리지 않았다. 휴일에 체육행사를 하도록 유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최근 열린 각 부처 차관회의 결정은 가관이었다. 봄맞이 체육행사를 휴일에 하되, 행사 장소는 가급적 4대강변에서 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결정이 내려져 공공기관 노조가 반발했음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같기도로 변명해 웃음거리가 됐다. MB정부가 최대 지적이라고 치켜세우는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공공기관 직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것 아닌가. 그것도 정부가 휴일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정부가 권장사항이라고 해도 그렇게 여기는 공공기관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런 결정은 공공기관 자율성을 훼손하는 월권행위이자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국토부의 후안무치한 정책홍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KTX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토부는 최근 소속기관 공무원 6천200여명에게 트위터 홍보전을 지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KTX 민영화가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자 민영화 정당성을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장관님 지시사항에 따라 소속 직원 절반 이상 매일 트위터로 홍보하고, 파급효과가 큰 리트윗 위주로 하라”는 게 그 내용이다. 지시사항에는 ‘실적을 국토부 철도정책과에 제출하고, 장·차관에게 보고하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를 철밥통이라고 비유하며 공공성을 훼손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마치 “KTX 경쟁도입은 민영화도 아니고 재벌특혜도 아니여”라며 부정적 국민여론의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같기도 버전 두 번째인 셈이다. ‘KTX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기업에 운영권 임대’라는 국토부의 주장을 믿을 국민이 있겠는가. 이를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봐야 소용이 없다. 운영권 임대가 곧 민영화라는 것은 외국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정책홍보는 이미 짜인 시나리오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다. 논란이 많은 KTX 민영화와 같은 사업은 더욱 그렇다. 정당하게 토론을 붙이고, 여야의 논의를 거쳐 해당 정책의 검증을 받으면 그만이다. 부정적 여론이 많음에도 정부가 정책을 확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애꿎은 공공기관 직원들을 동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군사독재 정권시대로 후퇴하는 행태다. 정부와 국토부는 같기도 행각을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말장난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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