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전국의 주요 공단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유급 주 5일제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장이 10곳 중 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6.4시간으로,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비정규 노동자일수록 노조 가입의사가 높았다.

민주노총은 3일 전국 주요 공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된 설문조사에는 포항·경주·경산·인천·안산·구미·광주의 공단 노동자 1천815명이 참여했다.


◇근로기준법 미준수 사업장 다수=
유급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61.7%에 그쳤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유급 주 5일제 실시는 법적 의무다. 유급 주 5일제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장은 19.8%, 무급으로 시행하는 사업장은 18.5%였다.

지역별로는 정규직·대공장 응답자가 많았던 포항·구미의 경우 유급 주 5일제를 시행한다는 답변이 79%로 높게 나타난 반면 기업규모가 작고 노조 조직률이 낮은 광주·안산·인천·경산은 47%~63%가 유급 주 5일제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47%)보다는 정규직(62%) 응답자가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계약직노동자와 파견노동자 93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3.59년이었다. 홍순광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은 "계약직·파견노동자의 근속연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2년 이상 동일한 회사에서 일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간제법 및 파견법 위반 혐의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 56.4시간=실태조사 결과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평균 잔업일수는 주당 9.86시간, 주당 노동시간은 56.4시간이었다. 월 평균 휴일근로은 3.26일로 조사됐다.<표 참조>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공단 노동자들이 주당 16.4시간을 더 일하는 것이다. "잔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이 많다"는 응답도 38%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지역의 잔업시간이 12.18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구미는 월 휴일근로가 4.26일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그래프 참조> 휴일근로는 정규직(2.7일)보다는 비정규직(3.3일)이 더 많이 했는데, 이는 생계비 충당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시간 노동 탓에 노동자들의 피로도가 높게 나타났다. "일을 한 후에 피로와 함께 심신이 녹초가 되는 것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2.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일 때문에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다"는 답변도 40.7%나 됐다.


◇비정규직 10명 중 6명 "노조 가입의사 있다"=노조 가입의사는 전반적으로 높았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가입의사가 높게 나타난 것이 눈에 띈다. 정규직의 경우 응답자의 42.3%가 노조 가입의사를 밝힌 데 반해 비정규직은 60%가 가입의사를 갖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정규직의 22.4%, 비정규직의 4.3%는 이미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

민주노총은 "공단 노동자들의 낮은 노조 조직률이 노조 가입에 대한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가입할 노조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향후 노조가 결성된다면 다수가 참여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순광 국장은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다수 확인되는 것은 노동부의 근로감독 부실에 따른 직무유기"라며 "지금이라도 대규모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는 사업주만의 책임이 아니다"며 "해당지역의 지방정부가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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