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잡월드 전경. 한국잡월드

▲ 자동차정비소 체험관은 참여 학생들이 실제 자동차의 구조를 살펴보고 정비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잡월드

▲ 어린아이들이 과자가게 체험관에서 과자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 과자를 만들고 있다. 한국잡월드

▲ 패션쇼 체험장에서 모델로 데뷔한 청소년. 한국잡월드

"자 이제 불이 난 곳을 향해 물을 뿌립니다. 소방호스를 잘 잡고 발사하세요."

실제 물이 뿜어져 나왔다. 소방서 체험관 선생님(코칭스태프)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물이 쏟아지자 꼬마 아이들은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었다. 불은 화면 속 영상에 불과했지만 소방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실제였다. 소방차를 타고 화재현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불을 모두 끈 후 다시 소방차를 타고 사라졌다.

한쪽에서는 놀이공원 퍼레이드 체험이 한창이다. 공주·요정·마법사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체험관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퍼레이드카를 뒤쫓았다. 손을 흔들고 손키스를 보내는 아이들을 사진 속에 담느라 부모들의 손놀림도 덩달아 바빴다.

80개 직업체험관, 현장 그대로 구현

국내 유일의 직업체험·진로설계 종합시설인 한국잡월드가 15일 개관한다. 정부가 2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8년간의 준비 끝에 선을 보이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잡월드는 8만제곱미터(2만4천평) 면적에 6층(지상 4층·지하 2층) 건물로 지어졌다. 하루 최대 7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 80개의 직업체험관(어린이체험관 2층·청소년체험관 3층)은 물론 직업의 변화상과 다양한 직업세계를 보여 주는 직업세계관(1층), 자신의 흥미와 작성을 발견하고 맞춤형 진로설계를 해 주는 진로설계관(4층)이 있다.

한국잡월드는 개관을 앞두고 최근 무료체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유치원이나 중·고등학교별로 사전 체험에 나선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어린이체험관은 37개관으로 이뤄져 있다. 은행·소방서·경찰서·피자가게·우주센터·의상실과 같은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 피자가게와 과자가게는 단연 인기다. 어린이체험관은 주로 어린이들만 참여하는데, 피자와 과자를 만드는 두 체험관은 부모와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든 음식을 직접 먹기도 한다.

3층으로 올라가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법복을 갈아입고 있었다. 법원 체험관이다. 잡월드 관계자는 "아이들이 판사와 검사, 변호사 역할을 각각 맡아 실제 변론을 하고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며 "모든 체험이 끝난 후에는 역할을 했던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수술실 체험관도 법원 체험관 못지않다. 수술실 체험관은 실제 병원과 똑같은 수술실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이 의사·간호사·마취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마네킹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수술을 진행한다. 실제 병원처럼 수술 후에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여 이날 진행한 수술을 평가한다.

청소년체험관은 항공기·과학수사센터·광고회사·증권회사·신문사·방송국 등 43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장의성 잡월드 이사장은 "80개 체험관은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직업을 선택해 구성했다"며 "체험 과정 역시 해당 분야 실제 근무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현장 그대로 구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직업체험관이야, 놀이동산이야?

한국잡월드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재미다. 전문기술을 배우는 기술학교가 아니라 직업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곳이라는 게 잡월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어린이체험관은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재미에 중점을 두고 체험시간도 20~30분으로 정했다. 반면 청소년체험관은 기본 체험시간이 1시간이다. 일부 주말 프로그램은 체험시간이 100분에 달한다.

청소년들은 항공기 운전법을 배우고 운전석에 앉아 비행기를 운전하는 시뮬레이션을 체험한다. 신문사 체험관에서는 기사쓰기를 배우고 체험관을 방문한 사람들을 실제 취재해 신문까지 만든다. 방송국 역시 마찬가지다.

장의성 이사장은 "학교에서 매일 공부를 하는데, 여기 와서도 직업을 공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체험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이게 내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꿈들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용비용이 그리 싸지는 않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잡월드 입장료는 어른 4천원, 어린이·청소년 3천원이다. 입장료를 내면 직업세계관과 진로설계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부대시설로 어린이 놀이시설이 마련돼 있고, 직업 관련 대중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체험과 이용료 만만치 않네


체험관 이용료는 입장료와는 별도다. 어린이체험관은 1만3천원(주말 1만5천원)인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4시간 동안 원하는 체험관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1곳당 평균 20~3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은 10곳 안팎이다.

청소년체험관은 체험관(프로그램) 1곳당 이용비가 5천원(주말 6천원)이다. 청소년체험관은 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1곳을 체험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 주말에만 운영하는 100분짜리 일부 프로그램은 이용비가 1만원이다.

보통 중·고등학생들이 단체방문을 할 경우 체험 프로그램은 1~2개 정도를 이용하게 된다. 입장 후 무료로 이용하는 직업세계관과 진로설계관을 체험하는 데 3시간이 걸린다. 체험 프로그램을 한두 개만 이용해도 4~5시간이 지나간다. 여기에 이동하고 기다리고 밥을 먹는 시간을 고려하면 하루(8시간)가 빠듯하다는 게 잡월드측의 설명이다. 그럴 경우 잡월드 이용료는 개인당 최소 8천원에서 최대 1만6천원(어린이체험관)이 든다.

잡월드는 “민간 직업체험 시설에 비해서는 이용료가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전에 있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이용료는 5시간을 기준으로 3만2천원이다. 또 어린이와 부모들이 자주 찾는 국립과천과학관은 입장료가 2천~4천원이지만 전체관측소 등 체험시설 이용료는 1만원이다.

유사시설보다는 이용료가 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은 시설인 만큼 요금을 보다 저렴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몇 시민단체들은 '잡월드 무료이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잡월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입장료와 체험료가 전액 면제되고,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50% 할인된다”며 “정부 예산으로 시설을 지은 것은 맞지만 운영비용의 60% 이상을 자체 충당해야 한다는 점과 국민편익을 고려해 이용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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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잡월드 이용은 이렇게

예약은 필수다. 현장 발권도 가능하지만 체험관은 이용인원이 한정되고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하고자 하는 체험관과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 기다리지 않는 비법이다.

한국잡월드는 15일 개관하지만 현재 홈페이지(koreajobworld.or.kr)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에서 800미터 거리에 있다. 정자역에서는 마을버스가 다닌다. 주차장은 550대 규모다. 주차비는 1일 기준 4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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