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와 관련해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3일 성명을 내고 "집권을 꿈꾸는 진보정당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 바와 같이 '총체적인 부실·부정선거'를 했다면 국민들에게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받지 못할 것"이라며 "조합원과 당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근대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를 갈망하는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준 이번 사태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만약 당이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중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집중투표를 결정한 민주노총은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민주노총은 "깊은 책임과 함께 스스로의 혁신을 위해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각오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역시 인적 쇄신은 물론 모든 것을 바꾼다는 각오로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오전 회의에 참석해 진상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산별대표자회의에서는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았다. 산별대표자들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노동중심성이 약화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은 데 기인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당이 이번 사태를 정파 간 갈등 정도의 문제로 봉합하는 방식으로 나가면 집단탈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산별노조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간 현장이 무너지고 8월 총파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당대표 총사퇴를 포함해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공식입장을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날 오전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성명서 초안이 나왔다. 오후에 임원회의가 열렸고, 다시 산별대표자회의가 속개됐다. 민주노총이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부 산별노조 위원장과 함께 4일 통합진보당 대표단을 방문해 산별대표자회의에서 나온 의견과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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