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연
민주노총 법률원
 송무차장

1. 학생에서 프리터로, 프리터에서 학생으로, 학생에서 청년실업자로 반복적으로 이름을 바꿔 가다가 노동자가 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자신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확인한 순간부터 달력에 빨갛게 몸을 드러내지 않아도 반가운 날이 하루 있습니다. 5월1일, 노동절. 주휴일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일한 유급휴일입니다. 이 소중한 하루는 우연히 내게 온 선물은 아니었습니다. 100년도 넘은 19세기 말.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 쟁취투쟁의 외침과 핏방울이 지역과 시대를 타고 넘어온 결과입니다.

2.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노동현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자본의 노동탄압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2011년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11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위를 자랑합니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이라니, 우리에겐 아직도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노동시간단축 투쟁이 유효해 보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고용안정, 불법파업을 근절하고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멉니다.
더불어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민주노조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 속에서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통한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하여. 교육·의료·주거·통신비를 감안한 생활임금 기준의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하여. 노무제공 대가로 생활하는 실질적인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를 위하여. 노동시간의 실질적 단축과 야간노동 철폐를 통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여전히 ‘한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지키고 있는 당신에게.
졸린 몸을 깨워 가며 야간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당신에게.
안전모 아래로 흐르는 땀을 장갑 낀 손으로 닦고 있을 당신에게.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탄압중단을 위해 거리에선 당신에게.
감정노동의 산재 인정을 위해 웃으며 싸우는 당신에게.
이 땅 위에서, 노동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4. 99%가 함께 사는 세상,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해.
끝을 가늠할 수도 없이 산적해 있는 노동현안들 앞에서 절망스러운 비애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일들이기에 싸우려고 합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겪는 불평등과 소외의 고통을 나눔으로써 개인적인 경험과 분노가 공유되고, 각자의 꿈이 만나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갈 때. 그렇게 세상은 한 뼘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땅이 나아갈 그 아름다운 경로를 우리가 함께, 오늘도 꿋꿋하게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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