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5월1일은 노동절이다. 7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시청광장에서 노동절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동절을 기념한다. 그만큼 노동절은 노동자들에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날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다. 유급휴일임을 모르는 이들도 많거니와 안다고 해도 쉴 수 없는 노동자들이다. 5월1일 하루 전날 교통방송의 한 프로그램이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이들이 문자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택배기사인데 노동절에 쉬는 것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부터, 쉬고 싶지만 매장을 열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쉴 수 없다는 유통노동자의 이야기 등 그날 쉬지 못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많은 이들이 “노동절은 우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으로도 명시돼 있는데 많은 이들이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금이 너무 낮으니 이날 일을 해서라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우리는 쉬고 싶어도 사용주의 눈치 때문에 쉴 수 없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그 라디오 문자에서 많은 이들이 쉬지 못하게 하는 사용주를 강력하게 단속하거나 처벌해 달라는 주문을 했던 것이리라.

사용주들의 압력과 눈치, 이후에 닥칠 불이익 때문에 법에 명시돼 있는 권리조차 사용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것이 어디 노동절에 쉬는 것뿐이랴. 사실상 강제 잔업특근이 일상화돼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 화장실에 잠깐 가고 싶어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는데도 관리자들 눈치 때문에 앉을 수 없는 대형유통할인점 노동자, 부당하게 업무 외의 일을 시켜도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청소노동자 등 많은 노동자들이 법에 명시돼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그 권리를 누리려고 했다가는 곧바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해고권한을 완전하게 독점하고 있다. 언제라도 계약해지라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다. 회사의 눈 밖에 나면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설령 그것이 정당한 권리이고 법에 보장돼 있다 할지라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처지가 처량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많은 이들이 강력한 단속을 하거나 노동절에 쉬지 않는 회사에는 많은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문을 쏟아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들이 법이나 공권력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제도적으로 확보된 권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외부의 힘을 요구한들 그것이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제도화된 권리가 현장에서 지켜지려면 노동자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많은 이들이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기업논리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적어도 노동절에는 쉬어야 한다는 것, 이날 쉬는 것이 우리의 권리라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당당하게 나서 노동절에 쉬겠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 공권력에 대해 불신하고 소리를 높이는 것, 이것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 변화의 시작이다. 단지 노동절에 쉬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아 나가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불만을 넘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세상은 변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서려면 많은 용기와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 뒷받침이란 기업의 이윤보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다. 기업이 노동법을 지키지 않을 때 기업경영상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묵인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이라는 사실이 이야기돼야 한다.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에서 청소노동자도 밥 한 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렸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을 통해 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앉아서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 더 많은 불만이 쏟아지고 그 불만이 행동이 될 수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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