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영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장

“보건의료 인력수급 문제나 의료전달체계, 대형병원들이 환자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 등 병원 간 조율 문제도 산별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지쳐 있는 조합원들을 잘 추스르고 각 본부와 지부에서 결속력을 강화하면 올해 산별중앙교섭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능하다면 설득을 통해, 현실이 어렵다면 투쟁으로 병원측을 교섭장으로 이끌어 내야죠.”

'정신없이 바빴던' 취임 100일

김숙영(45·사진)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 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올해 1월 진행된 임원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95%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임기는 3년이다.

취임 4개월을 맞은 김 본부장은 눈코 뜰 새 없는 100일을 보냈다. 취임하자마자 노조의 정치세력화와 조합원 하루교육 등 굵직한 사업을 수행해야 했다. 김 본부장은 “매일 밤 현장을 돌며 당원가입 사업을 하고 총선을 치르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단 당원가입 사업에 바쁘게 뛰어다닌 덕에 서울지역본부에서만 2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통합진보당에 가입했다. 노조는 ‘우리 후보를 국회로’라는 슬로건으로 나순자 전 노조 위원장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나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1번을 받아 당선권과 멀어졌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열심히 한 만큼 실망이 컸다"면서도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실망스러운 결과 때문에 투쟁이 약해지거나 활동에 소홀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결과와 평가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노조의 핵심 요구법안인 보건의료인력법 발의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와 정책협약을 맺은 총선 후보 중 25명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산별노조 수혜자”

김 본부장은 자신을 "산별노조의 수혜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환위기가 터진 97년 이화의료원노조 위원장이 됐다. 병원측은 외환위기를 이유로 임금체불을 당연시했고 노조활동은 어려워졌다. 당시 김 본부장은 산별노조 건설을 종용하며 본조 간부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한다.

“98년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감회가 남달라요. 현장교섭에서도 본조 간부들의 도움을 받으며 산별노조를 체감했어요. 이화의료원지부는 산별노조의 도움을 받고 살아난 케이스입니다. 만약 그때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김 본부장은 산별노조가 건설된 98년 이후 이화의료원지부 1~3대 지부장과 서울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4년 현장으로 돌아갔다. 8년간 조합원으로 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많이 지쳐 있었고 현장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말 본부장을 제안받았고 작게나마 본부에 힘이 된다면 활동하고 싶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산별노조 만들던 초심으로 돌아갈 것"

노조는 산별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9일 개최한다. 김 본부장은 “산별중앙교섭이 몇 년 동안 파행을 겪어 쉽진 않겠지만 산별노조를 건설했던 당시의 마음으로 병원을 하나하나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산별중앙교섭을 원하는 현장의 요구를 받아 유지현 노조 위원장과 함께 산별중앙교섭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8월 말로 예정한 총파업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해마다 투쟁해 왔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쌓여 있고 현장도 힘들다”면서도 “인력 문제나 타임오프 문제 등 공통의 현안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과 소통하면 투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진료비를 높이고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리는 영리병원을 막아 내는 투쟁에 주력하겠다”며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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