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일용노동자의 노후대비를 위한 퇴직공제를 비롯한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에게 특화된 고용·훈련·복지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그런데 강팔문(56·사진)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자부심에 앞서 한계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다른 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퇴직공제금과 낮은 임금으로 인해 신규노동인력 진입장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제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많다.

"혜택 넓히고 금액 높여야"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공제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팔문 이사장은 건설일용노동자의 복지확대를 위한 공제회의 미래상에 대해 "대상을 넓히고 금액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건설근로자의 행복'을 주제로 삼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고자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어느 누구와도 손잡고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복지·고용과 관련해서 공제회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마련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재원의 한계로 혜택을 주는 범위가 한정돼 있어요. 그 혜택마저도 당사자가 필요한 금액에 미치지 못합니다. 안타깝죠."

공제회는 고유의 업무인 퇴직공제금 사업 외에도 생활자금대부·자녀학자금 지원, 단체 상해보험 가입 등 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퇴직공제금 적용 확대 요구 "일리 있다"

강 이사장은 퇴직공제금에 대한 노동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건설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퇴직공제금은 건설사업주가 공제부금을 공제회로 납부하면, 공제회가 적립된 공제부금에 소정의 이자를 더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3억원 이상의 공공사업과 300호 이상 공동주택·주상복합·오피스텔공사 및 100억원 이상의 민간사업에 참가하는 건설사들은 의무적으로 공제부금을 납부해야 한다. 건설일용노동자는 252일 이상 근무한 뒤 건설업에서 퇴직하거나 60세에 이르는 경우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5만명이 퇴직공제금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공제부금 의무가입 대상 사업장 규모가 커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1인당 연평균 근로일수가 252일임에도 납입공제금이 1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강 이사장은 "공제부금 납입대상은 전체 건설현장의 80% 정도"라며 "소규모 현장에서 부금 수납시 발생하는 행정비용을 지금의 공제회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대상을 늘려도 투입되는 행정비용 대비 수납되는 부금이 적을 수 있다"며 "전산화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전체 건설현장에 100%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퇴직공제금 요건은 252일에서 200일로 낮춰야"

그는 이어 퇴직공제금 지급요건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퇴직금을 받으려면 252일을 근무하고 공제부금을 적립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공제부금 제도가 만들어진 15년 전 기준입니다. 당시 건설일용근로자가 1년간 일했을 때 평균 근무일수가 252일이었거든요. 너무 높아요. 고용노동부에 완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200일까지는 내려야 합니다."

올해 4월1일부터 건설사가 납부하는 건설부금일액이 기존 4천100원에서 4천2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공제회가 지난 2009년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일용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적립일수는 74일에 불과하다. 1년 일해 봐야 30만원밖에 안 되는 퇴직금을 손에 쥐는 셈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건설일용근로자의 퇴직금 수준은 40%에 불과합니다. 252일을 일해도 그 정도 수준입니다. 현행법상 5천원 이하로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건설업체의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시행하되 8천원에서 1만원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1만원 인상'과 같은 견해다.

"특수고용노동자 제외된 것은 한계, 입법 필요"

강 이사장은 건설노동자 중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일하는 타워크레인·레미콘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전무한 것에 대해서는 공제회의 한계를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제회는 건설일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만 하도록 돼 있다"며 "입법으로 사업대상을 특수고용근로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제회는 '생활자금대부사업 파랑새론'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긴급한 생활자금이 필요한 건설노동자들이 퇴직공제금을 담보로 무이자 대출을 해 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오는 6월30일까지만 시행된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생활고로 벼랑 끝에 몰린 건설노동자가 찾는 것이 파랑새론인 만큼 기초생활자나 차상위계층은 파랑새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행된 파랑새론은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100만원이 안 된다.

퇴직공제사업은 근로능력을 상실했을 때 생활안정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대부사업을 하다 보니 퇴직공제금보다 대부금이 더 많이 나간다. 노후 대비 자금을 미리 당겨 쓰는 셈이다. 공제회는 퇴직공제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아 생활대부사업을 종료하기로 했지만 공제회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경기가 안 좋고 사금융이 발달된 시점에서 대부사업을 중단할 경우 이 사람들을 사채시장으로 몰아버리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요. 대부사업을 지금보다는 축소해 대상을 줄이고 금액도 줄이는 방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긴급한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지요. 건설일용근로자에게 너무나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인 피난처를 만들어 주는 거지요. 노동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복지는 임금인상, 사회개혁 필요"

건설노동자와 건설산업에 대한 강 이사장의 생각은 어떨까.

"건설근로자들의 복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소득을 올려주는 겁니다. 공제회 사업은 대상도 작고 금액도 적어서 어려운 분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직업훈련을 시켜 기능향상을 유도하고, 현장에서 소득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건설근로자들의 임금이 몇 년째 안 올라가고 있어요."

강 이사장은 건설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사회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각 계층별로 혜택을 골고루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건설근로자는 제외돼 있습니다. 사회 개혁 차원에서라도 소득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건설근로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겁니다. 저임금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새로운 근로자들이 건설산업으로 유입되지 않고, 기능인력도 부족해집니다. 결국 건설산업 자체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어요. 그 피해는 국민에게 미칩니다. 정부와 사회구조 전체를 놓고 건설근로자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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