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파업 장기화로 뉴스제작이 어려워지자 지역 MBC 기자들을 서울로 차출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지역 MBC 사장단 회의에서 "지역 MBC 기자들을 서울로 올려 보내라"고 지시했다. 김 사장은 최근까지 지역사 사장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MBC 기자 차출 요구에 몇몇 MBC 사장과 보직간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사장들은 차출 기자 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MBC 기자들도 상당수가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차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MBC 기자들의 서울 차출 시도는 궁지에 몰린 김재철 사장의 수명 연장용"이라며 "진정으로 공영방송 MBC의 뉴스를 정상화하는 길은 김재철 사장이 퇴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이와 함께 임시직 기자와 PD 채용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빌딩에서 임시직 기자 채용 면접을 실시했는데, 면접 대상자 26명 가운데 6명이 응시를 포기했다. 뽑기로 예정한 기자가 20명이어서 경쟁률이 일대일이 됐다. 2명을 뽑을 예정인 뉴스PD 직군 면접에서는 면접 대상자 9명 중 3명이 응시를 포기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언론 회복을 촉구하며 시작된 MBC본부의 파업은 이날로 94일차에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MBC기자회 제작 중단의 발단이 됐던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이 MBC 자회사인 MBC C&I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지 11일 만에 이상호 기자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손바닥 뉴스'가 폐지됐다. 이번주 목요일에 방송될 뉴스는 '특종 BBK 김경준 속보'와 '파이시티 현장 르포'였다. 이 기자는 회사측에 "마지막 방송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기자는 "MBC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다 김재철 사장 체제하에서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어 자회사로 왔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최근 수습기간이 만료되자 노조에 가입해 파업에 동참했다. 14명 중 회계업무를 담당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1명을 제외하고 신입사원 전원이 노조에 가입했다.

한편 MBC본부는 7일부터 KBS본부와 함께 여의도공원에서 '여의도를 점령하라' 텐트농성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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