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KTX 민영화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철도 경쟁체제 트위터 홍보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소속기관 공무원 6천200명에게 개인 트위터 계정으로 민영화 정당성을 홍보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11개의 ‘철도경쟁체제 홍보문안’을 지정했고, 같은달 24일부터 국토부가 지정한 문안과 똑같은 홍보문안이 개인 트위터를 통해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에는 "장관님 지시사항에 따른 우리 본부 및 소속기관을 통한 철도경쟁체제 홍보 지시"라며 "소속 직원의 절반 이상 매일 트위터로 홍보를 실시하고 파급효과가 큰 리트윗 위주로 홍보하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 계정 트윗을 실국계정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리트윗하라"는 내용이 '별표'로 강조돼 있다. 이들이 국토부 지시에 따라 실제로 리트윗을 했다면 민영화 찬성에 대한 트윗이 셀 수 없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는 또 실적을 철도정책과에 제출하고, 장·차관에게 보고하라고 적시돼 있다. 문건이 소속기관에 이메일로 전달된 당시는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폭등으로 KTX 민영화 반대여론이 비등했던 시기였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일간지를 통해 KTX 민영화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게재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여론조작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산하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 직원들에게 민영화 찬성댓글을 지시했다. 최근에는 민영화 찬성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물의를 빚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SNS 등을 통해 거짓선전이 난무해 철도경쟁체제를 추진하는 우리 공무원들에게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전혀 문제 될게 없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문이 아닌 이메일로 자율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며 “실적보고의 경우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지시 다음날 바로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호근 전북대 교수(법학대학원)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사안에 대해 주무부처가 사회적 논의를 무시한 채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강행의지의 표현으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실적보고 여부가 사실이라면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라며 "법 조항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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