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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 “산별교섭 제도화·내실화 병행해야”'한국형 산별모델 모색' 주문도 나와
사진=정기훈 기자

2012년 총·대선 시기에 맞춰 노동계는 산별노조운동과 초기업교섭의 사회적 의미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산별노조연석회의를 구성해 법·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 내부적으로 보면 유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노조활동의 폭이 좁아졌다. 외부적으로는 복지제도와 사회공공성 강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노사관계를 초기업 단위로 재편해 산별교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6일 오전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한 좌담회를 열고 현 시기 산별노조운동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편집자>

장소 : 서울 정동 금속노조 회의실

일시 : 2012년 4월26일(목) 오전 10시

사회 : 박운 매일노동뉴스 편집국장

참석: 문상환 전 금속노조 정책국장·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임영일 경남대 교수(사회학)·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사회 : 98년부터 15년간 산별노조운동이 진행됐다. 왜 지금 다시 산별노조 제도화를 얘기해야 하는지 짚어 보자.

임영일 : 현재는 노동운동의 조직노선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 담론으로 형성돼 있다. 적극성과 소극성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조가 산별노조로 가는 큰 틀의 조직방향을 잡는 것에 반대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간 돌아봤을 때 외형적으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민주노총 조직의 대다수가 산별노조로 바뀌었고, 한국노총에서도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산별노조가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산별노조 제도화 요구가 커지는 이유는 산별운동이 노동운동의 조직노선으로 진행되면서 노사관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관련한 법·제도는 모두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노사관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산별노조가 내용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현장의 동력이 약화돼 있다. 원심력도 작용하고 있다. 노동운동 내부의 동력을 다시 재결집시키는 계기가 필요하다. 정세적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여소야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이런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윤진호 : 민주노총이 출범한 지 17년이 지났다. 한국 노동운동을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전망해 보는 시기가 됐다. 그간 노동계는 형식적 의미의 산별노조 건설에 주력해 왔다. 이것에 대해 폄하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다 알고 있듯이 산별노조가 실질적인 내용을 갖추는 데에는 미흡했다. 교섭구조 관련해서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안 되고 있다.

노동운동 전체를 되돌아봐야 한다. 경제 전체로 보면 사회 양극화가 문제다. 노동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노동시장 내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노동과 복지, 정치와 노사관계를 따로 볼 게 아니라 하나의 틀로 봐야 한다. 또 글로벌화가 이뤄지면서 모든 나라가 양극화 압력을 받고 있지만 각국의 대처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와 정치, 노사관계 등에 따라 다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별노조운동이 조합원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 노동계급과 국민 전체를 대변하면서 공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제2의 산별노조운동이다. 그간 노동운동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노동운동 내부 이슈에만 관심을 갖는 좁은 운동을 펼쳐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산별노조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은 노동운동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계급 전체를 대변하고자 했던 민주노총 출범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의미다. 다만 그것이 산별노조 제도화로 방향을 잡아야 될지는 의문이다. 산별교섭 제도화로 풀자는 것은 너무 왜소하다.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가로막는 제도는 개혁돼야 한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기본적으로 노조의 구조다. 교섭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노조의 구조에서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교섭 틀을 갖춘다고 진짜 산별노조가 될까. 오히려 교섭구조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면서 역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도 있다. 산별노조운동은 노조 밖에서, 양극화 시장에서 고통 받는 미숙련 노동자들이 앞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교섭구조를 법으로 제도화한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산별노조가 될지 의문이다.

윤진호“노동운동, 사회공공성 확대·양극화 해결에 복무해야”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
사회 :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 산별노조운동을 하고 있는 두 노조가 답변을 해 달라.

은수미 :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친밀성이 높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의원들이 희망하는 상임위 3순위 안에 들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희망순번 얘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 이는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정치사회적 지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진보정당 확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고민스럽고 우려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는 답을 해야 한다. 과도하게 말하면 민주노총은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그러한 정치사회적 지위를 갖는 가운데 산별노조운동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제는 민주노총이 시대정신을 잡아야 할 때다. 최근 복지와 양극화 문제가 뜨고 있다. 그것이 민심이다. 심지어 나같이 노동계에만 알려진 사람이 갑작스럽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민심의 발현이다.

민주노총에 대해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노동의 중심이 깨졌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기업의 노동자 조직률이 반토막이 났다. 주변이 심하게 확장되면서 주변에서 중심으로의 이동이 불가능하게 됐다. 2002년 민영화된 KT를 보자. 2009년까지 공식적으로 구조조정된 사람이 2만여명이 넘는다. 부당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으로 해고된 사람도 1만명을 웃돈다. 노조가 있음에도 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져 지난 6년간 204명이 죽었고,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현상이 KT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속수무책이다. 노동의 중심이 무너진 것에 대해 자기 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것이 산별노조운동과 연관돼야 한다. 단순히 산별노조 제도화를 넘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다시 어떻게 설 것인지 중심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어떻게 이동시키고,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를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총 후보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3번으로 들어갔다면 그것이 더 용이했겠지만, 그것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이주호 : 통합진보당은 노동중심성도 없지만 노동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기조는 노동 없이 전략지역을 선정해 야권연대로 돌파하자는 식이었다. 그러한 내부 전략으로 13석을 확보했다. 민주노총이 논란 속에서 지지를 선언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과연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민주노총은 무엇이었을까.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가 산별운동 제도화를 얘기해 보자. 밖에서는 2013년 체제에 대해 86~87년 체제에 버금가는 새로운 체계가 도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회와 행정부 권력을 다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얘기해 왔다. 일각에서는 산별노조 제도화보다는 대중운동이나 다른 부분의 투쟁이 필요하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사회공공성 복지제도 확대와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를 풀려면 결국 산별을 통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풀려면 노동중심성 없이는 안 된다. 노동운동이 강화되려면 산별로 대표되는 초기업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다시 한 번 산별운동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동안의 산별노조운동이 독일을 모델로 삼아 당위적으로 배우려고 했던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성공과 좌절을 토대로 우리 조건에 맞는 산별운동울 새롭게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상환 : 내부적으로 돌아보면 산별노조 전환 후 2004년까지는 제법 성과를 냈던 것 같다. 금속노조는 2006년 현대자동차가 합류해 15만 조직으로 늘어났다. 기대치가 커졌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대기업노조의 단체협약에는 복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굳이 산별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조합원이 고령화되고 있고, 이들은 그동안 장시간 노동으로 공장에서만 생활했다. 고령화된 노동자들이 자기가 가야 할 곳을 못 찾고 있다. 노동운동도 주체를 확장하지 못했다. 노조의 주력세력이 아직도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이다. 2010년 이후 노동관계법이 바뀌면서 현장이 어려워졌다. 이명박 집권 후 집단적 노사관계를 개별적 노사관계로 몰아가면서 초기업노조 활동의 폭이 좁아졌다. 새롭게 바꿔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 조직화해야 한다. 그런 돌파구 중 하나가 산별노조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문상환 “산별노조 제도화로 비정규직을 노동운동 주체로 세워야”

문상환 전 금속노조 정책국장
사회 : 산별노조운동의 쟁점과 현안을 점검해 보자.

은수미 : 먼저 두 노조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초기업노조 활동을 할 능력 혹은 의지가 있는지 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장시간 노동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달리 고임금 장시간 노동은 외국에는 없는 사례다. 남성노동자 한 명만 돈을 버는 구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세 번째로 낮다. 현대차 노동자 배우자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최악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남성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일하느라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이혼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임금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초기업 활동에 대한 능력과 의지가 금속노조에 있나.

보건의료노조도 열심히 활동했다. 조합원 가운데 비정규직 조직률이 가장 높은 조직이 보건이다. 하지만 보건도 정규직 대기업 중심 노조다. 작은 병원 노동자들의 조직화 문제나 간병인 문제, 아웃소싱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산별노조를 제도화시켜 정규직 중심의 산별노조를 만들고, 노동중심이라도 제대로 세워 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본다. 문제는 정말 내부적으로 초기업 활동을 할 의지와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노조가 실제 내용을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입법활동은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사회 : 좌담회가 청문회로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쟁점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으면 좋겠다.

윤진호 : 동력의 문제다. 현재 노조 구조상 동력을 형성할 동기가 없다. 주체 형성이 안 돼 있다. 동기는 자기관계 속에서 나오는데 사실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대기업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산별노조를 만들었을 때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없다. 산별노조는 임금과 근로조건을 평준화하자는 것인데, 높은 쪽에 있는 사람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산별노조의 포인트는 복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업별 복지가 다른 나라보다 풍부하다. (대공장의 경우) 우리나라에 없는 동기를 그동안 억지로 만들어 낸 셈이다.

비정규 노동자가 산별노조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가 나서지 않으니 정규직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운동의 주제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잇몸이 시리면 이가 시릴 수밖에 없다. 중심에 있는 노동자들이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아웃소싱 등의 문제가 결국 자기 문제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문제다.

임영일 : 2006년 대기업들이 완강하게 버티다 산별로 전환한 이유 중 하나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발효를 앞두고 '대기업노조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겁을 줬던 것도 있다. 가는 방식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15만 조직이 되니까 헤게모니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과정을 일일이 애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크든 작든 간에 산별적인 활동을 시도해 여러 성과가 있었다. 공공운수노조에서도 청소와 학교비정규직 등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열심히 했다. 노조가 시스템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투입하고 열악한 조직을 보호해 준 결과다.

개인적으로 동력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본다. 노동이 자본과의 관계 속에서 운동을 주도할 반전의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금속의 경우 2006년 총자본이 산별전환 반대 캠페인을 벌일 때 공세적으로 노동운동을 확산시키고 못했다. 당시 내부 투쟁으로 넘어가면서 실기한 측면이 있었다.

운동의 리더십과 지도력도 부족했다. 비정규직이 주체가 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조건이 최악이라서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정규직이 산별노조 틀 안에서 비정규직과 결합한 사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작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노동운동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은수미 당선자가 국회에서 제도까지 보완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은수미 “초기업활동에 대한 내용 없이는 산별교섭 제도화 의미 없어”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윤진호 :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위기론에 대해 단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었다. 10년째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잘못된 평가다. 대표성의 위기일 뿐 운동 자체의 위기는 아니다. 이제 겨우 10년 넘은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가 너무 단기적이다. 외국의 산별노조도 수십 년간 굴곡을 겪었다.

초점을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간호사 중심 노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속설이 있다. 그럼에도 간병인과 같이 더 열악한 노동자와 함께하면서 큰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미국 간호사노조는 병원 청소노동자와 함께 노조를 만들면서 다시 살아났다.

대체로 선진국에서 산별노조가 생기는 계기를 보면 외부환경의 강력한 충격이 있었다. 미국은 대공항이 있었고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산별노조가 생겼다. 큰 역사적 전환기에 산별노조가 만들어졌다. 우리도 세계 금융 불안과 양극화 심화 속에서 어느 시기가 지나면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뭉쳐야 한다. 기존의 정규직 노동운동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의 초점을 바꾸자는 것이다.

노동운동이 독일을 비교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너무 높은 곳에 이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산별노조는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다. 미국처럼 기업별노조에 기반한 산별노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른 제도가 발전하지 않는 가운데 산별노조만 홀로 발전할 수 없다. 우리의 토대를 인정해야 한다. 융통성이나 유연성을 갖고 앞길을 다양하게 열어 놓자. 하나의 모델을 정해 놓지 말고 다양한 모델을 검토해 봐야 한다.

임영일 :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이나 노사관계를 보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영미형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다. 산별노조 문제를 생각할 때도 굳이 무리하게 유럽형 산별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영미형 산별이 어떻게 움직이고 활동하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 : 산별노조 제도화에 앞서 산별노조가 어떤 활동을 펼치는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도 있었다. 두 노조가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문상환 : 은수미 당선자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솔직히 일정한 규모의 임금수준이나 복지가 되면 산별교섭에 안 나오려고 한다. 올해 임단협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는 대기업만의 쟁점이 아니다. 현대차가 교대제를 바꾼다는 것은 연결된 수많은 부품사업장이 같이 간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부품사업장이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고,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원·하청 문제를 포함해 함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기업을 유지하려면 산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걸린다. 예를 들어 경주는 자동차부품 사업장이 많고 조합원이 지역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주지역 전체를 바꾸려 해도 산별교섭 효력 확장 제도가 너무 깐깐하다. 동일 업종의 3분의 2를 조직하라는 것인데, 쉽지 않은 주문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도 걸림돌이다. 지역으로 보면 다수인데도 사업장에서는 소수라는 이름으로 교섭권이 박탈되고 있다. 대중투쟁과 더불어 제도 정비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윤진호 : 단협 효력 확장 제도는 한국 노동운동의 굉장히 중요한 어젠다였다. 그러나 독일의 노조간부나 학자들은 노조조직에 큰 타격을 받는다며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굳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단협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조직률을 확대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효력 확장 문제는 노조의 조직강화와 병행해서 가야 한다.

이주호 : 종합적으로 봤을 때 흐름상 올해가 노동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출발은 현장의 요구로부터 출발한다. 다행스럽게도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현장으로부터 요구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4·11 총선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5천여명이 통합진보당에 집단으로 가입했다. 인물론과 현장의 요구가 합쳐진 결과였다. 현장의 인력 문제를 풀기 위해 노조 위원장을 국회로 보내 인력법을 제정하자는 요구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동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장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다시 보자 정규직, 다시 보자 대공장'이라는 말을 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대공장 노동자들을 버려야 한다. 그들은 이미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들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시 조직해야 할 노동자들이다. 정규직을 재조직화하고, 사람과 돈을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투입해야 한다. 산별노조에 대한 구획 정리도 필요하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16개 산별 중 대산별로 가는 조직 5개를 묶고, 나머지는 15개의 중산별로 나눠 정리해야 한다. 리더십 문제는 현장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재훈련과 교육 확대로 풀어야 한다.

임영일“노동기본권 없는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위해 산별운동 나아가야”

임영일 경남대 교수(사회학)
사회 : 산별교섭 제도화에만 매달리지 말고 내실을 다지는 것을 병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정리해 달라.

은수미 :
근로자에 대해 정의한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고 싶다. 애매한 사람은 다 노동자로 봐야 한다. 닫힌 입구를 열어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진입하게 만들어 최소한 노동3권은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전임자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이 별로 없다. 한국노총에도 손댈 생각이 없으니 알아서 하시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창구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복수노조를 허용해 놓고도 창구단일화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교섭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를 법과 정책으로 어떻게 풀지 고민이다. 두 가지 문제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임영일 : 창구단일화 문제는 해결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현재 나타나는 모습으로는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당장 노사 자율교섭으로 가자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자율교섭이 노조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점검해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노동기본권조차 제도에 의해 박탈되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큰 디자인과 요구가 필요하다. 산별과 관련한 대부분의 문제는 주체의 문제다. 사회적·정치적 명분을 얻으려면 노동기본권 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

윤진호 : 현행 법 체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노조가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섭구조와 관련해서는 법률에 의해 억지로 산별교섭을 만들어 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전임자임금 문제는 노조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만 그간 기업별노조 체계였던 것을 감안해 이를 반영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복수노조는 창구단일화와 함께 진행되면서 최악의 조합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교섭방식은 법률보다 관행의 문제로 정착됐다. 창구단일화는 잘못된 것이지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문상환 : 금속조직을 버리고 가선 안 된다.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화가 되는 곳이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영상의 문제도 있다. 전임자임금 지급 문제는 하한선을 정해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 상한선을 빌미로 노동부가 고발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 정도의 열정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었으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타임오프를 핑계 삼아 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자본이 교섭방식을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친회사 노조가 소수면 사측은 자율교섭을 제시하고, 그렇지 않으면 창구단일화를 요구한다. 최소한 초기업 단위 교섭은 열어 둬야 한다. 이런 구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노동계는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두 조항에 의해 설 위치를 잃어버릴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기업복지를 사회복지로 끌어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단협으로 대학학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런 단협을 사회복지로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노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호 "사회공공성과 양극화, 결국 산별노조로 풀어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이주호 :
작은 법 개정으로도 노사관계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기다. 지금 보건 사업장도 노동부의 단협 시정명령에 시달리고 있다.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산별노조만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쟁의대상을 확대해 국민들의 요구인 사회공공성과 복지확대를 의제로 싸울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별운동이나 노동운동 변화에 있어 핵심은 내용이라고 본다. 이는 조합원 현장의 요구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사회적 요구와 결합시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내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윤진호 :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운영이 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노조는 노동부가 법과 규정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지만 말고 공세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산별노조 문제는 국민 전체의 공익성을 위한 방향으로 시각을 재정립해 풀어야 한다. 심각한 사회 양극화를 막고 저소득 주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마련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 오늘 좌담회에서 산별노조운동의 과제와 제도화 방안이 몇 가지로 요약된 것 같다. 기업별노조를 전제로 한 노조법 개정,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 확대, 단협 효력 확장, 창구단일화 문제 개선, 기업복지의 사회복지화, 노동정치의 노동중심성 강화 등이다. 전임자임금의 경우 노사자율을 검토하되, 타임오프 상한선을 하한선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무엇보다 법·제도에 기대기보다는 산별노조운동 자체의 내실을 기하고, 미숙련 노동자 조직화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 같다.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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