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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총선 후 노사관계 전망(옥상) 팽팽한 노사정 세력관계, 주도권 다툼 치열할 듯노사정과 전문가들 “지난해보다 현장 노사관계 불안 ” 노정관계는 급랭 … 노동시간단축·노조법 등 갈등 요소 산적

총선 이후 노사정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여소야대와 노동계의 국회 대거 진출을 우려했던 경영계와 정부는 한시름을 놓은 모양새다. 장밋빛 꿈에 젖어 있던 노동계는 다가온 현실이 뼈아프다. 한국노총은 정치노선을 둘러싸고 내부갈등에 휩싸였고 민주노총은 구상했던 투쟁전략을 수정했다.

정부나 경영계가 확실한 주도권을 쥔 형국도 아니다. 정권 말기 각종 측근비리로 청와대가 레임덕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 역시 사회적 양극화와 재벌개혁 논란에 따른 사회적 여론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사정 세력관계는 여대야소이긴 하지만 여야의 의석수가 엇비슷한 국회의 권력지형과 유사하다. 정부나 경영계가 다소 우세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어떤 한 주체가 국면을 쥐고 흔들만한 주도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묘한 힘의 균형을 이룬 형국이다. 19대 국회 개원과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노사정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27일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선포했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최임위 위원에 국민노총 인사를 앉힌 것을 ‘정부의 노동계 공세’로 인식하고 있다. 노사정 간 세력재편을 위한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현장 노사관계 들썩들썩

대선이 치러지던 해는 항상 전년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노동현안은 각 당의 대선 공약으로 수렴되고 노동계도 정치권에 기대려는 경향이 강해져 현장 갈등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이 치러졌던 2007년에도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53만6천285일로, 2006년(120만567일)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올해 노사관계는 지난해보다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써부터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반까지는 근로손실일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은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지만 총선이 치러졌던 4월11일을 전후로 지표마저 악화했다.

이달 18일 기준 근로손실일수는 전년에 비해 1.2% 증가한 11만8천315일이었다. 파업발생 사업장 수도 17곳으로 지난해 7곳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누구도 예상 못하게 언론사의 파업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8월 말 총파업을 경고했다. 총선 패배로 흔들리는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대중행동을 통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올해 현장 노사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파업 중인 언론노조를 포함해 6월 파업을 예고한 건설노조·화물연대, 87%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철도노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교대제 개편 논의를 앞둔 금속노조도 핵심 파업동력 중 하나다. 민주노총은 최대 29만7천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물론 민주노총의 싸움이 사회적 파급력을 지닐만한 수준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노사관계 분야의 한 전문가는 "야권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후 현장투쟁을 통해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현장투쟁이 약화했기 때문에 정치에 의존했던 것"이라며 "그동안의 흐름을 봤을 때는 정국을 주도할만한 수준의 파업을 벌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민주노총 8월 총파업 경고, 가능할까

민주노총 내에서도 이런 기류는 감지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중파업은 선언만큼 조직화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업과 같은 대중투쟁만이 노사정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 남았다는 것이다. 반면 총파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민주노총의 사회적인 영향력은 축소되고 대선에서도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나 경영계 역시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완성차의 교대제 개편 논의가 국내 최대산별인 금속노조의 투쟁에 도화선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편 문제가 업종을 넘어서는 사회적인 이슈인데다, 완성차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다른 업종과 노조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년처럼 안정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완성차노조를 중심으로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대제 개편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노사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정치권의 노사관계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노동계 출신 인사의 정치권 진출은 예년보다 두드려졌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같이 정치권이 현장 노사관계에 개입할 경우 여론에서 경영계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회원사들도 올해 초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노사관계 불안을 점쳤고, 핵심 이유로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를 꼽았다"며 "정치권의 노사관계 개입은 갈등을 확대하고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극한으로 치닫는 노정관계, 회복 기미 없어

노정관계는 냉랭함을 넘어서 극한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배정 문제를 계기로 양대 노총은 자연스럽게 연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총선 패배 후 양대 노총 안팎에서는 국면 전환을 위해 연대투쟁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서로 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국민노총 위원을 배정한 것을 두고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공세”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위원 배정 규정상 또 다른 총연맹인 국민노총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물론 노동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노동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가 최임위와 근면위에 국민노총 사람을 앉힐 때 양대 노총의 반발을 예상치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이를 추진한 것은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주 중 더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싸움을 걸어오는 데 피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며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내 법 개정 주도권 다툼도 치열

국회에서도 노동관련법 개정 여부를 두고 노사정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다수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노위만 보면 노동계에 다소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 국회 의석수는 여당이 더 많아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19대 국회가 열리면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전임자 임금·교섭창구단일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관련법(비정규직 축소·차별개선),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근로시간단축) 개정을 핵심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법률개정안이 탐탁지 않은 경영계는 주로 방어(개정 반대)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법률개정안은 여야 정당의 도움을 받아 국회 개원과 동시에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올해 내, 즉 대선이 치러지기 이전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회 내 여야나 노사정의 세력균형이 깨지지 않는다면 어떤 법률개정안도 힘을 받지 못한 채 대선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법률개정에 반대하는 경영계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도 있어 보인다.

다만 법률개정을 포함한 비정규직 대책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처리될 가능성이 가장 큰 노동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여야 모두 공히 비정규직 축소·차별개선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비정규직 차별개선에 나서고 있고, 노동계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조법 개정은 일반 국민의 이해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고, 근로기준법 개정은 논의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노조법 개정은 한국노총이 앞장 서 요구하고 있고, 야권이 공약사항으로 내걸었기에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간단축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결국 노조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은 각 추진 주체인 한국노총과 노동부가 얼마나 주도권을 쥐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지에 따라 처리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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