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윤정 기자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과도한 노동통제가 기관사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1인 승무 폐지 등 노동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서울도시철도노조·공공교통시민노동사회네트워크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도시철도노동자 건강권 확보와 시민안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시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기관사 정신건강과 시민안전 대책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3월 5호선 왕십리역에서 서울도시철도공사 고 이재민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사회적 이슈로 제기된 기관사의 건강권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별감시·수동운전 기관사 스트레스 높여”

정흥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도시철도 기관사의 노동환경과 정신건강’ 주제발표를 통해 “도시철도 기관사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노동환경도 있다”며 “사례조사 결과 현장관리자들의 과도한 징벌에 의한 조직관리, 공정하지 않은 기준에 의한 평가, 비인격적 대우를 하는 전근대적 관리방식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이 대표적으로 꼽은 사례는 △조밀한 감시체계인 9조5교대제 △처벌에 의한 통제시스템 △인력부족으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 △수동운전 등이다. 그는 “조별시스템은 개별기관사에 대한 이중 삼중의 관리를 할 수 있다”며 “2007년 사실상 퇴출프로그램인 직무재교육, 2010년 기관사를 비하한 답십리관리소장의 대자보사건 등은 기관사에 대한 과도한 통제시스템에 따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인력이 부족해 휴가나 병가사용이 쉽지 않고, 2008~2011년 강제적으로 실시된 1인 승무와 수동운전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가 직무스트레스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비해 열악한 기관사 노동환경”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기관사가 정신건강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지하철 안전 관련 규제와 인력운용-한일 비교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통해 “도시철도의 운영현황(2008년 기준)을 보면 1인 승무에 사실상 수동운전, 역사 무인화, 역무·사령 지원 전무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그러나 일본 도시철도(도영지하철·동경메트로) 13개 노선 중 1인 승무를 시행하는 데는 4곳(모두 자동운전)”이라며 “혼잡률도 평균 171%로 안정화돼 있고 1인 승무 노선은 혼잡률이 170%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1인 승무에 수동운전을 하는 서울도시철도(2011년 기준)는 혼잡률이 5호선 170%, 7호선 182%에 달했다.

한 연구원은 “일본은 1인 승무에 대해서도 사령실과 역무지원이 원활히 이뤄졌다”며 “어느 승강장에나 안전요원이 존재했고 복잡한 역에는 역무원이 승강장에 상주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도시철도 사령실에서는 각 역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1인 승무 영역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안전법 개정해 노동환경 개선해야”

이에 따라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기관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한 연구원은 “철도안전법 개정을 통해 1인 승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승무시간(일본은 연속 승무시간 2시간30분으로 규정)을 규제하고 정신건강 관리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도시철도 안전을 위한 감독부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이정훈 진보신당 서울시의원은 “6월 서울시의회에서 감독부서 설치와 구체적 감독계획을 서울시장에게 제기하겠다”며 “종합적 안전관리를 위한 연구가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은수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지하철 기관사의 자살사고는 동맥경화의 징후로서 철도안전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데 동의한다”며 “지하철 기관사의 노동권이라는 의제가 사회적 확장성을 갖기 위해 연대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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