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대회가 끝난 후 보건의료노조 간부들이 김영훈 위원장과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미 기자

산별대표자들은 무대 에 올라 결의를 밝혔다. 김중남(사진 왼쪽)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총선이 끝나고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동지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과연 투쟁을 접을 자격이 있는가. 재능교육 동지들이 이토록 오래 싸우고 있는데 우리가 여기서 접을 자격이 있는가."

지난 24일 저녁 충북 보은군 속리산 수련연수유스호텔 대강당 무대에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오르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5개 언론사의 유례 없는 파업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여기서 패배하면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겠냐"며 "지리멸렬하게 투쟁을 끝냈을 때 그 죄를 어떻게 씻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하면서 우리 조합원들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며 "나날이 높아지는 의식을 갖고 현장에 복귀했을 때 우리나라 언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 승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속리산에서 열린 민주노총 '2012년 총파업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단위사업장대표자 수련대회'에 참석한 600여명의 노조간부들은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이영익 철도노조 위원장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여기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

이날 오전 시민 50만명이 서명한 KTX 민영화 반대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고 온 이영익 위원장은 삭발한 머리를 매만지며 무대에 올랐다. 철도노조는 최근 KTX 민영화 저지파업을 결의했다. 정부 정책을 이유로 하는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86%라는 역대 최고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이 계획대로 KTX 민영화 도발을 한다면 강력한 총파업 투쟁으로 막아 내겠다"며 "KTX 민영화를 못 막아 낸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사회 공공성이 무너진다는 각오로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은 노동자·민중이 승리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투쟁은 간부들이 결의하는 만큼 쟁취된다"고 강조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파업투쟁이 의례적이고 선언적이었다면 이제 간부들 스스로가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소통해서 제2의 노동자 대투쟁을 만들어 봅시다."

"금속에 숟가락 꽂고 묻어 가지 않겠다"

투쟁사업장 대표자의 발언이 끝나고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강 위원장은 "조건이 달라졌다고 해서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며 "이제 누구 탓은 그만 하고 내가 먼저 하는 6월 말·8월 말 투쟁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더 이상 금속에 숟가락 꽂고 묻어 가지 않겠다"는 발언에는 폭소가 터졌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발언"이라고 화답하며 "금속노조는 15만 조합원이 함께하는 6월 말 7월 초 파업과 민주노총의 노동법 재개정 총파업에서 눈치 보지 않고 쭉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금속노조만 파업했다는 소리 안 나오도록 함께 힘을 모아 자기 역할을 하자"고 부탁했다.

이상진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은 "우리의 적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과 탐욕스러운 자본이 아니라 그것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나의 문제"라며 "토론을 통해 우리를 어렵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엄청난 소득"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다음달 10일 화섬노동자 투쟁 선포식을 열고 거점농성에 들어간다. 이 위원장은 "지도부부터 확실하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민중이 승리하는 해로 만들어야"

박조수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금융 공공성 강화와 농협법 전면 재개정을 내걸고 사무금융 간부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전에 총파업을 해 본 경험은 없지만 8월 말 투쟁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결합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참여를 위해 민주노총에 촛불집회를 제안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을 어떻게 박살 낼 것인지 의지를 모아 나가겠다"며 "연맹은 조합원 전체의 역량을 걸고 총연맹의 총파업 투쟁을 엄호하고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건설을 손꼽아 기다리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96~97년 노동법 재개정 투쟁 때처럼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민주노총으로 다시 서자"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산별연맹별 종합토론에서 나온 결과를 모아 민주노총에 △총파업 속보 제작 △6월·8월 총파업 슬로건 명확화 △조합원과 함께할 수 있는 명분 있는 투쟁 계발을 주문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지도부의 동기 부여와 혼연일체"라며 "이명박 정권하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승리하는 투쟁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 보자"고 강조했다. 연맹은 오는 30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한다.

이미숙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4·11 총선에서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을 지지해 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당선은 못 시켰지만 우리가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 기간 동안 연맹 간부 30여명은 16일간 숙박하며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홍 의원의 선거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전체 연맹 조합원 3천명 중 2천명이 결합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과 KTX 모두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투쟁"이라며 "총파업도 전 국민의 투쟁으로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우리 힘으로 싸워 보자"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25년 전 6월 항쟁을 통해 세상을 바꿨듯이 끈기 있는 투쟁을 조직하겠다"며 "올해 자본 중심 사회를 노동 중심 사회로 바꾸는 데 반드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해 파업을 할 수 없는 공무원노동자들도 결의를 다졌다.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노동자들이 파업한 지 8년이 지났다"며 "140명에 달하는 희생동지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고 정치표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역사를 바꾸는 민주노총 투쟁에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장석웅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도 "6월 말 7월 초 임단협 시기집중 투쟁에서 전교조 분회장들은 각 지역단위에서 집회에 결합할 것"이라며 "민주노총 총파업 기금 납부를 100%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다음달 19일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전국교사대회를 연다.

16개 지역본부장을 대표해 무대 위에 오른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승리한 것은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민주노총을 우리 스스로 개척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총파업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위원장 "지도부 밟고 가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런 결의를 가진 산별연맹·지역본부장들을 모시고 8월 총파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총연맹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피로가 많이 쌓였고 현안도 많으며 의제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간부가 결심해서 조합원들을 설득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자고 시작한 노동운동, 쌍용차 노동자들이 죽어 가는 데 안 싸우면 민주노총이 아닙니다. 언론노조가 무너지면 8월 총파업도 국민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시청료 거부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합시다. 영리병원·KTX 민영화가 뚫리면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철도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들어가기 전에 제발 못하겠다는 얘기만 하지 말자고 했는데, 86%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이성적으로 해석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총파업은 정신줄 놓아야 가능합니다. 5월1일 구속을 결단하겠습니다. 다시 서는 민주노총을 위해 지도부가 나서겠습니다. 지도부를 밟고 가십시오."

단위사업장 대표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6월29일 20만 1차 경고 총파업 조직화를 위해 총매진하겠다"며 "8월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30만 이상 2차 전면 총파업을 기필코 성사시킬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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