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금융당국이 최근 중소기업 전담 신용정보회사인 한국기업데이터를 민영화해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민간기업의 자금 유통경로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환영의사를 밝혔다. 사업의 공공성을 감안했을 때 바람직한 일이고, 정부의 경영간섭이나 낙하산 우려 등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때 외국은행이나 신용평가 회사를 배제하고, 매수기관별로 지분율을 균등하게 하는 등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주필(42·사진) 금융노조 한국기업데이터지부 위원장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다동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조직과 부처 사이의 이기주의와 탐욕이 배제된 지분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매출 위주의 단기 경영실적을 요구하는 대외평가를 배제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국가가 지분구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위원회가 정부 소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기업데이터는 지난 2005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적인 신용평가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국책기관과 시중 은행 다수가 출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분 소유구조가 문제가 됐다. 정부의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2009년 감사원의 지적이나 각종 컨설팅보고서에서도 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중소기업 전담 신용정보회사라는 설립취지가 갈수록 퇴색돼 갔다. 금융위가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해 한국기업데이터가 보유한 신용평가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한다는 것인가.

“현재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보유한 지분은 81%(기업은행·산업은행 포함)다. 나머지는 10개의 시중·지방은행이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지분만 해도 44%에 이른다. 민영화를 위해서는 정부 보유지분을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금융위는 신용보증기금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가 TFT를 구성해 지분율을 논의 중이다. 최근 국책금융기관에서 해제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정부지분으로 봐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 노조는 정부 보유지분을 시중은행에 분산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렇다. 철저하게 국내 은행으로 한정해야 한다. 외국은행이나 무디스·나이스 등 신용평가사에 지분을 매각하면 외국자본의 침투 우려가 있다.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국내 시중은행이 골고루 지분을 소유하면 데이터를 활용해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정 은행에게 몰아주는 방식은 안 된다. 은행별 지분율을 최대 10% 이하로 고정해야 한다.”

- 10% 이하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나.

“회사가 민영화되면 신용평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그런데 신용정보법상 특정 주주가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면 신용평가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없다. 한국기업데이터의 주요한 업무는 신용조회업이다. 기업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다. 신용평가업무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회사채 등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기존 업무와의 연관성이 있지만 훨씬 전문화되고 부가가치가 큰 분야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피치와 무디스 등 다국적 신용평가사가 자회사를 통해 65%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기업데이터의 설립목적인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신용평가 사업 진출이 필수적이다.”

- 민영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관련 설문조사를 해 보니 조합원 90% 이상이 찬성했다. 그동안 공기업이라는 미명하에 조합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6년간 임금이 동결됐고, 대주주의 낙하산 인사가 만연했다. 단기수익을 위한 실적주위가 팽배해 설립 당시 400여명의 직원이 250여명으로 줄었다. 또한 경영관리약정서를 통해 회사의 자주적인 경영을 방해받아 왔다. 민영화는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에게 일할 만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금융위는 아직 구체적인 매각 대상 지분을 결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슬슬 조직 이기주의가 감지되고 있다. 노조의 정당한 요구가 무시된 채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투쟁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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