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장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을 일으켰던 중공업은 지금 급격히 늙어 가고 있다. 어느 산업보다 빠른 속도로 노동자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플랜트산업을 대표하는 두산중공업은 다르다. 노련한 아버지세대와 젊은 아들세대 노동자가 나란히 공존한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조합원 2천500여명을 연령별로 그래프에 나타내면 'U'자 모양이 된다. 정년은 56세다. 50대 이상자가 1천여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 노동자들이 600여명으로 뒤를 잇는다. 9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던 생산직 신규채용이 2008년부터 매년 이어져 지난 4년간 들어온 신입사원이 조합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지회 사무실에서 지난 19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창희(48·사진) 지회장은 "정년을 앞둔 아버지세대 조합원들과 갓 입사한 아들세대 조합원들간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 고민"이라며 "분열로 실패한 창원의 진보정치를 어떻게 복원할지도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는 세대 간 조화, 지역에서는 진보정치 통합이 화두라는 설명이다.

“아직 조합원 세대갈등 없지만…”

지난 98년 민영화의 길에 들어선 한국중공업은 2000년 두산에 인수됐다. 그래서 탄생한 두산중공업은 비극의 공장이었다.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쳤고 나이 든 노동자가 먼저 쫓겨났다. 2001년부터 6년간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국장으로 살림을 도맡았던 이 지회장은 2007년 두산중공업 부지회장으로 당선돼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산 계열사들이 속속 금속노조를 탈퇴했던 지난해 ‘힘 있는 노조’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표심을 등에 업고 지회장이 됐다.

“6년 만에 돌아보니 회사가 많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두산이 인수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바람에 정년퇴직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4년 전부터 정년을 맞은 선배들이 나오고 있어요. 올해 55년생이 정년을 맞습니다. 여전히 일할 나이인 56세인데 말이죠.”

두산중공업은 2008년부터 정년퇴직자가 계약직 형태로 재입사해 2년간 일을 더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퇴직 전 임금의 85~90%를 준다. 하는 일은 퇴직 전과 다를 바가 없다.

“가장 절실한 요구가 정년연장이에요. 제조업 평균 정년이 58세거든요. 올해 임단협에서 60세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정년연장과 함께 등장한 핵심 요구는 '주거안정'이다. 청년세대 조합원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공채가 사라졌던 지난 10여년 동안 사원아파트는 팔렸고, 기숙사는 헐렸다. 노동자의 유입이 많은 창원의 집값은 평당 1천200만원대를 호가한다.

“창원에서 독신자 아파트 전세도 1억원 정도는 갑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 가진 돈이 있나요. 빚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노사가 함께 주택조합 같은 것을 만들어 국민주택 규모의 미혼자를 위한 아파트를 공급하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아직까지 현장에서 세대 간 갈등은 없다. 신입사원들은 100% 노조에 가입한다. 반면 노조활동은 주저하는 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베이비붐세대가 모두 퇴직하면 젊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질 것이다. 이 지회장은 “조합원들을 만나면 정년 문제는 젊은 애들이 선배들을 잡을 때 해결되고, 주거 문제는 후배들의 어려움을 선배들이 나서 풀 때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각자 못 풀어요. 아버지세대와 아들세대가 힘을 합쳐야 돼요.”

“분열하면 진보정치 미래 없다”

두산중공업이 있는 창원시 성산구는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와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 모두 두산중공업 출신이지만 새누리당 후보에 패배했다. 예상됐던 결과다.

“두 후보 모두 흠결이 있었다고 봐요. 분열주의자 김창근, 출세주의자 손석형이라는 게 우리 지역·조합원의 전반적인 평가였으니까요.”

지회는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에 따라 노동자선거대책본부에 사람을 파견하고 후보 현수막을 붙였지만 권영길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김창근·손석형 선배들이 갈라졌다고 우리 내부도 갈라진다면 올해 임단협은 시작하기도 전에 무너진다고 봅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사실은 진보정당 통합이 안 되면 반드시 패한다는 거예요."

이 지회장은 "총선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층이 감정적으로 틀어졌고,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배타적 지지방침이 진보정당 초창기에는 성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의견이 다양합니다. 기존의 내려먹기 식이 통할 리 만무하죠. 이번 총선 결과가 현장의 의견을 하나로 추스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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