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노조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사용자는 징계와 인사로 강경대응에 나섰고, 노조는 노숙농성으로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22일 언론노조 등에 따르면 KBS에서 지난 20일 파업 이후 첫 해고자가 발생했다. KBS는 이날 오후 중앙인사위원회를 열고 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인 최경영 기자를 취업규칙과 성실·품위유지 위반으로 해임했다. 회사측은 최 기자가 회사 경영진에게 욕설구호를 외치고 김인규 사장에게 비방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기자는 공추위 간사와 함께 MB정부 KBS 장악 진상규명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 기자는 2008년 8월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서 활동하다 탐사보도팀에서 스포츠중계팀으로 발령난 바 있다. 본부는 파업 후 첫 해고사태에 반발해 규탄대회와 대의원대회·전국조합원총회를 여는 등 총력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본부는 "해임이라는 칼을 휘둘러 새노조의 파업을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라며 "우리의 파업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김인규씨는 최 기자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억지를 부리지만 정작 모욕을 당한 사람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가 내보내는 뉴스와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이라며 "고소와 해임을 당해야 하는 사람은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싸운 최 기자가 아니라 '특보사장' 김인규씨"라고 비판했다.

MBC 노동자들은 최근 김재철 사장이 단행한 본사와 계열사 임원 인사에 반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이진숙 홍보국장을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승진 발탁했고,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을 계열사인 C&I 사장으로 임명했다. MBC 기자회는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 바 있다. 김재철 사장의 무용가 ㅈ씨에 대한 특혜 지원 논란이 된 '뮤지컬 이육사'를 기획한 정경수 글로벌사업본부장은 경남MBC 사장에, 김종국 경남MBC 사장은 대전MBC 사장에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노조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 본인의 안위만 염두에 둔 친위체제 구축"이라며 "가장 중요한 인사는 자신의 사퇴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MBC 노동자들은 23일부터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노숙농성을 시작한다. 조합원 60여명이 매일 오후 5시에 집결해 다음날 오전 김 사장의 출근 때까지 농성을 벌인다. 23일에는 목포와 여수 조합원 30여명과 서울의 기술부문 조합원 30여명이 참여한다. 24일부터는 대구와 전주 등 8개 계열사에서 신임 사장 선임에 반발해 출근저지 투쟁에 나선다.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대구MBC에서는 보직간부 18명이 현 박영석 사장 경질과 신임 사장 임명에 반발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한편 정수장학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일보에서는 지난 18일 회사측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발령했다. 선거 기간 중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는 것이 징계 이유다. 이 국장이 대기발령된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번째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재징계는 박근혜의 언론장악 기도"라고 반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