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기자

KTX 민영화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강행에 맞서 철도노조를 비롯한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쟁의행위 대상을 임금과 노동조건으로 제한하고 있어 노정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노조가 정부의 파상공세에 맞서 사회 전체 이익으로 이어지는 공공성 강화 파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영익(49·사진) 철도노조 위원장은 "1% 재벌이 국민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에 맞서 99%의 국민과 함께 당당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역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현 정권이 그동안 보여 준 민자사업의 폐해로 인해 국민들이 철도 민영화의 심각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인 만큼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민영화 반대서명에 참여한 시민이 50만명에 이른다. 지역별 민영화 저지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곳도 10곳에 달한다. 23일부터는 여성·청년· 교수·전문가 집단 등 사회 각계각층이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연다. 철도노동자들의 결의도 여느 때와 다르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민영화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6%의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역대 최고의 찬성률이다. 그간 노조의 쟁의행위 평균 가결률은 65%다. 이 위원장은 "단순히 임금 몇 푼 올리기 위한 투쟁이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공공서비스의 붕괴를 막고 국민의 재산을 지켜 내는 투쟁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토해양부의 입장 또한 강경하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사업자 컨소시엄의 전체 지분 중 과반이 넘는 51%를 국민공모·중소기업·공기업에 할당하고, 운임료를 인하겠다"며 강행의사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했는지 상반기로 확정된 민간사업자 선정을 갑자기 뒤로 미뤘다. 이날 국토부는 1차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사업자 상반기 선정' 문구를 넣었으나, 브리핑 직전 이 부분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국민의 설득이 필요한 시점에 정책 추진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문구 삭제의 이유였다. 여론의 추이가 이번 투쟁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말하는 경쟁도입 체제에 따른 효율화란 결국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의미한다"며 "철도는 차량·운전·운수·시설·전기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야 운영되는 네트워크 산업으로 복수의 사업자가 철도를 운영할 경우 이미 영국과 아르헨티나 등의 해외사례를 통해 실패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간기업이 안전과 공공서비스 질 향상이 아닌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계획안을 봐도 코레일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KTX 노선을 민간에게 넘겼을 때 적자노선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책이 없다. 철도운송을 고려해 적자노선을 감당해야 하는 코레일과 흑자노선만 운영하는 민간기업과 경쟁이 될 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외국 자본의 참여도 가능해 민영화의 폐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한미FTA의 역진 방지 조항에 걸려 되돌리기가 힘들어진다.

이 위원장은 "공공부문을 장악한 민간자본의 폐해는 이미 지하철 9호선 사례로 입증됐다"며 "공공성 훼손에 따른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국유화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9호선은 초기 건설에 기업이 일부 투자라도 했지만, KTX 민영화는 혈세로 만든 철로 위에 푼돈을 얹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코레일의 방만경영 논란에 대해서는 국토부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코레일에는 철도에 대해 전혀 모르는 허준영씨 같은 인물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와 코레일을 운영했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노동자와 시민단체 등이 경영에 참여해 운영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코레일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민영화 반대 입장을 말하지만 뒤로는 인력감축과 선로유지 보수업무 외주화 등 상업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민영화를 저지하려면 이율배반적인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우선협상자가 지정되기 전까지는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조합원·국민과 함께 반드시 KTX 민영화 계획을 백지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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