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시국선언을 주도해 불구속 기소된 교사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국가공무원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찬현 전 전교조 대전지부장 등 3명의 교사에 대해 벌금형을 내렸다. 이 지부장은 벌금 200만원, 나머지 교사 2명은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1차 시국선언을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은 선거에 대한 영향 등 뚜렷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려는 의사를 집단적으로 행사해 정부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차 시국선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쟁점을 직접 다루고 있지 않지만 1차 시국선언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갖고 있었다"며 "2차 시국선언도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은 "1·2차 시국선언은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됐다거나 교사들의 직무수행 등 교육행정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전교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무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의미하는 것일 뿐 공무원의 정치적 무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의 비판을 두려워한 정권과 보수적인 사법부의 훌륭한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선진문명국 어디에도 교사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표명을 한 것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시국선언과 규탄대회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반대의사를 표현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6월 유엔인권이사회는 한국 정부에 대해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교원노조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3조는 행정법원에 의해 직권으로 위헌심판제청이 이뤄져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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