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내부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깊어지고 있다. 4·11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기대했던 진보정당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여소야대 국면 형성에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개원 100일 안에 10대 노동입법과제를 한 번에 쟁취하겠다는 '1-10-100' 운동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총선 결과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뼈아프게 느끼고 있는 것은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과 창원에서 진보정당 후보들이 한 석도 얻지 못한 것이다. 이른바 영남 노동벨트가 몰락한 것이다. 배경에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민심 이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의 진보정당 분열, 노동자들의 저조한 투표율이 꼽힌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배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통합진보당이 노동계의 표심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4명을 배출했지만 개방형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진후 후보만 당선에 성공했다. 내부 논란을 무릅쓰고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집중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노동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총선에 조직적으로 결합한 보건의료노조나 민주연합노조·서비스연맹·건설노조 등 산별노조들도 상실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1-10-100' 운동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0개 요구사항을 한 번에 100일 안에 관철시키겠다는 것은 액션플랜이었다"며 "지금 정세에 따라 현실적으로 보완하거나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10대 요구안 중에서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노조법 개정 투쟁으로 역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8월로 예정된 총파업 계획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준비 중인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총파업은 노동계 자력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9일 중앙집행위원회, 24일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수련회를 개최한다. 정호희 대변인은 "영남 노동벨트에서 한 석도 유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노동정치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며 "총선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을 뚫는 돌파구는 대중투쟁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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