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노노모 부회장)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는 지금도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 경제위기를 노동자와 민중에게 떠넘기는 ‘구조조정’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연금으로 생활하던 77세 노인이 연금 삭감에 고통 받다가 광장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그나마 다른 노동자보다 나은 전직 약사였다. 그럼에도 이들에게까지 죽을 만큼의 고통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경제위기와 자본의 불확실한 미래 앞에 자본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고 노동자를 쥐어짜고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로 더 이상 자본의 이윤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심각하게 공격이 이뤄져 왔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 속에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악됐고, 이로 인해 산재 승인율이 엄청나게 떨어지게 됐다. 그전에도 억울했지만 2008년 이후에는 더욱더 억울한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사회보험 중 하나인 산재보험은 적자재정이 정상이다. 사회보험은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정부가 적자를 보충해 주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을 복지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2008년 1조1천141억원 흑자, 2009년 1조209억원 흑자, 2010년 6천967억원의 흑자는 경악을 자아내게 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산재를 불승인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사회보험의 한 축인 산재보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산재보험료율이 2008년 1.95%, 2009~2010년 1.8%, 2011년 1.77%로 내려가 자본의 부담이 대폭 줄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병에 걸렸지만 산재가 불승인돼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의 수발을 받게 됐다던 상담. 건설 일을 하다가 산재로 다리를 다친 이후 몸을 많이 쓰지 않는 배달일을 하다가 넘어져서 어깨를 다쳤지만 단순 염좌 이외에 불승인이 돼 치료가 중단된 노동자. “몸이 아파 일도 못하고 가족도 친척도 없고 쌀을 살 돈이 없어 살아서 뭐 하냐”고 말하던 그 노동자의 말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노동자들은 일을 하다가 병이 난 것을 자신의 몸으로 느끼고 알 수 있다. 따라서 일로 인해 생긴 부상과 질병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이건 산재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고 억울해하는 것이다. 이런 억울한 목소리가 근로복지공단의 각 지사에서 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온갖 항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단의 조치는 근본적으로 1%의 노동 관련성이 있으면 산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51%가 넘어야 산재라는 논리로 산재불승인을 하면서 단지 말로만 더 친절하게 응대하라는 것으로 바뀐 것이 전부다.

현재의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해 개악된 산재법의 일부를 바꾸는 것이나, 사회보험의 복지 일환이 아닌 한정된 의료지식으로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질병판정위원회를 없애는 것은 부차적일지도 모른다. 임금·근로조건·고용·복지 등 모든 부분을 공격해 세계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자본과 이를 적극 추진하는 정부에 대해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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