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 등이 차기 금융통화위원 후보 4명을 선정·발표한 것과 관련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개된 후보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기업인 출신이어서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통화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노조(위원장 배경태)는 16일 “금통위원 후보들의 경력을 볼 때 향후 합리적이고 독립성있는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후보자 중 한국은행이 추천한 문우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선거캠프 정책고문으로 참여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각각 추천한 하성근 연세대 명예교수와 정해방 건국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해 정부의 정책에 관여한 인사들이다. 특히 정 교수의 경우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후보인 정순원 전 현대자동차 사장은 통화정책과 거리가 먼 전문경영인이다.

노조는 “사전에 검증절차를 밟지 않은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또다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금통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금통위를 정부의 통제권 내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어 “거시적인 통화정책을 소신 있게 수행해야 할 금통위원에 대기업 출신을 내정한 것은 현 정부의 대기업 위주 반서민 경제정책기조를 명확히 보여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금통위가 통화정책을 정부정책에 편승해 정부의 입맛대로 수행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금통위의 신뢰회복은커녕 금통위 위상을 더욱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후보자들에게 △중앙은행 독립성·중립성 유지 △금통위 의사록 실명공개 △한국은행 경영자율성 보장 등을 서약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임명저지 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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