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수협중앙회지부
금융노조 수협중앙회지부는 최근 들어 두 가지 큰 싸움을 마무리했다. 여성 조합원에 대한 강압적인 심문을 지휘해 물의를 일으킨 감사위원장의 연임 저지와 호봉상한제 도입을 막기 위한 2011년 임단협 투쟁이 그것이다.

싸움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올해 1월 수협중앙회지부 10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안배영 위원장(45·사진)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신천동 수협중앙회 3층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처음 해 보는 노조활동이지만 어색하지가 않다”며 “과거 집행부 이상으로 적극성과 투쟁성을 보이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노조 대표자 될 수 있어야"



안 위원장은 96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여신심사역과 여신관리부 소송업무를 주로 맡아 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조합원 중 하나였다.

그랬던 그에게 지난해 10월 의외의 제안이 들어왔다. 차기 노조 위원장으로 일해 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당시 2명의 동료가 각각 차기 위원장 출마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양측 다 경선보다는 단일화를 원했는데,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납득할 만한 제3의 인물을 세우기로 합의한 거죠. 평소 사람을 진정성 있게 대해 왔는데, 그래서인지 기회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임원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이뤄진 급작스런 제안이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노조활동은 곧 싸우는 일인데, 그런 일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86~87년 민주화·노동자 투쟁의 한가운데서 대학시절을 보냈다”며 “매순간 성실하게 살아온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의 대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안 위원장이 앞장선 것은 노조와 갖은 마찰을 빚은 강병순 전 감사위원장을 코너로 몰아붙인 일이다. 강 전 감사위원장이 연임의사를 밝히자 안 위원장은 삭발을 하고 본사 현관 점거 농성을 펼치는 등 투쟁수위를 끌어올렸다. 결국 강 전 감사위원장의 연임은 저지됐다.

2011년 임단협 협상도 지난달 말 집중교섭을 벌인 끝에 마무리했다. 쟁점이었던 호봉상한제 도입을 미루고, 식비인상과 창립 특별보너스 등 복지 증대를 이끌어 냈다.



"공적자금 빌미 노동력 착취 막을 것"



안 위원장은 "공적자금 투입을 빌미로 한 노동력 착취를 막는 것이 노조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악화로 약 1조1천500억 상당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후 수협중앙회는 정부에 경영이행각서를 제출하고 매분기 매출·비용 등 각종 경영지표를 조정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피땀을 흘린 탓에 10년이 훌쩍 넘도록 분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한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지역 수협에 지원하는 공통비를 포함하면 결손금을 다 갚았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입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여전히 경영이행각서를 핑계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임단협에서도 사측은 오랜 말버릇처럼 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공적자금이 조합원들의 족쇄가 돼선 안 된다”며 “회사의 이익을 정의롭게 배분해 노동력이 착취당하는 일은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중앙회 입지를 강화해 업무강도를 줄이는 것도 안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밑그림 중 하나다.

“1962년 수산업 협동조합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수협중앙회입니다. 출자를 했다고 해서 지역 조합장 각각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어요. 이종구 현 회장이 컨트롤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사 개입은 물론 업무 간섭이나 무리한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안 위원장에게 같은 시간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 결과가 전달됐다. 조합장들은 박규석 현 지도·경제대표의 연임에 반대했다. 노조가 ‘낙하산’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임광수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장의 임명 가능성이 커졌다.

“천운이 있는 것 같아요.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싸울 일’들이 연달아 생기니 말이죠. 조합원들에게 행동을 통해 ‘이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보여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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