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민주통합당은 패배했다. 진보정당까지 포함한 야권이 새누리당에게 국회의원 의석수의 절반 이상(152석)을 내어 준 뼈아픈 패배였다. 진보정당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7석을 포함해 1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애초 통합진보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했으나 좌절됐다. 하지만 18대 국회에 비해 제 3당으로 거듭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반면 진보신당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를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해 당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총선의 판세는 야권의 수도권 약진과 호남에서 수성, 새누리당의 영남·강원·충청에서 석권으로 압축된다. 민주통합당은 부산에 낙동강벨트를, 진보정당은 노동자 밀집지구인 경남과 울산지역에 노동자벨트를 구축하려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은 부산에서 두 석을 얻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반면 진보정당은 경남과 울산지역에서 전패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렇다면 노동자벨트라는 경남과 울산지역의 선거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당지지율인 비례득표율을 보면 전패의 원인을 엿볼 수 있다. 경남지역은 18대 총선(48.3)보다 19대 총선의 투표율(57.2%)이 높았다. 비례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53.80%), 민주통합당(25.61%), 통합진보당(10.53%), 진보신당(1.51%) 순이었다. 18대 총선의 옛 한나라당(45.03)에 비해 19대 총선의 새누리당 비례득표율이 더 높아졌다.

반면 옛 민주노동당·진보신당에 비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비례득표율은 감소했다. 17대 총선의 민주노동당은 15.81%의 비례득표율을 보인 반면 19대 총선의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비례득표율을 합하더라도 12.04%에 그친다. 이러한 하향추세는 노동자 밀집지구인 옛 창원·마산·진주, 거제시 비례득표율을 보더라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옛 통합민주당 시절에 치른 18대 보다 19대 총선의 민주통합당 비례득표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점이다.

비록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했지만 비례득표율을 높인 반면 진보정당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득표율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물론 창원시성산구에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의 단일화가 실패할 정도로 지역 내에서 진보정당 간 앙금이 깊었던 게 패배의 일차적 원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의 분열은 경남지역의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인 권영길 의원 지역구(창원을)마저 내줬다.

울산지역도 유사하다. 새누리당은 18대에 비해 19대 총선에서 비례득표율(49.46%)이 더 높아졌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북구에서 승리했고, 19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 성적을 얻었다. 반면 진보정당은 18대에 이어 19대에서도 울산 북구에서 패배했을 뿐 아니라 비례득표율도 줄었다. 단 19대 총선에서 울산 동구는 62.4%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이는 18대 총선보다 진보정당의 비례득표율을 끌어올리게 했다. 하지만 동구와 북구 모두 진보신당까지 포함한 야권단일후보가 출마했지만 경남지역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를 볼 때 적어도 노동자벨트인 경남과 울산지역에서 야권연대는 파괴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진보정당의 비례득표율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되레 두 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의 비례득표율이 18대 총선보다 높았다.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비례득표나 지역구 선거에도 상승세를 이끌지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진보정당의 분열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진보정당의 분열로 돌아선 이 지역 노동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역대선거 결과가 잘 보여준다.

사실 낙동강벨트와 노동자벨트 구축은 영남에서 새누리당의 일당 독식을 저지하는 일이다. 야권이 수도권 바람 확산과 더불어 전국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과제였다. 이것이 사실상 좌절된 것이다. 특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쳐 온 노동계와 진보정당에겐 이런 성적표는 매우 참담하다. 그것도 노동자 밀집지구라는 안방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로부터 온전히 마음을 얻지 못하면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와 정당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단 말인가. 진보정당이 절반의 성공을 얻었다고 안도하기에는 때가 이르다. 지금은 노동자 벨트의 뼈아픈 패배에 관한 치열한 평가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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